6일 오전 전남 강진경찰서에서 수사과장이 여고생 살인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숨진 강진 여고생의 주검을 너무 늦게 발견한 탓에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전남 강진경찰서는 6일 여고생 살인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범인으로 아버지 친구인 김아무개(51·사망)씨를 지목했다. 경찰은 “행적 수사와 감정 결과로 볼 때 김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고 증거를 은폐한 정황 증거를 여럿 확보했다. 김씨를 ㄱ(16·여고)양을 살해한 피의자로 입건해 동기와 경위를 보강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달 12일 ㄱ양을 만나 구두로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이어 사건 이틀 전인 14일 배낭 안에 낫과 전동 이발기(바리캉)를 챙기고 약국에서 10㎎짜리 수면제 28알을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ㄱ양의 주검을 부검해 몸 안에서 수면제 성분 0.093㎎을 확인했고, 감정을 통해 차량 트렁크의 낫자루와 이발기에서 ㄱ양의 유전자(DNA)를 찾았다는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김씨가 지난달 16일 오후 지리에 익숙한 자신의 고향 야산으로 ㄱ양을 데려가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또 “사건 당일 김씨는 귀가하자마자 증거들을 불태워 없애려 했다. 김씨가 태우고 남은 재에서 이날 ㄱ양이 착용했던 청바지의 단추, 손가방의 금속 고리 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24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고생의 주검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이런 정황 증거에도 경찰은 ㄱ양의 사망 시간과 장소, 성폭행 여부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 국과수는 1차 부검에서 “부패가 심해 외상이 있더라도 사망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차 부검에서도 “수면제를 검출했지만 부패 탓에 언제 얼마나 먹었는지를 역추적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범행의 동기와 경위, 이동 경로, 살해 수법, 유기 과정 등 의문을 여전히 풀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벌인 뒤 피의자 사망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을 검찰에 내기로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