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광주지법에서 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첫 형사재판이 예정된 전두환씨. <한겨레> 자료 사진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16일 열리는 첫 형사재판에 출석할지 주목된다. 전씨가 검찰수사 때처럼 특별한 이유없이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가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전씨의 첫 형사재판은 16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2호 법정에서 열린다. 공판준비기일은 11일 오후 열렸다. 이는 본격 재판에 앞서 사안의 쟁점이나 증거채택, 심문일정 등을 조율하는 절차다. 광주지법 쪽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애초 전씨의 첫 재판은 지난 5월28일로 잡혔지만, 전씨 변호인이 같은달 25일 재판부에 기일변경(연기) 신청서를 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연기됐다. 전씨는 앞서 법정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받았지만 5월21일 “고령에다 건강문제로 멀리 광주까지 가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 광주법원에 재판 관할권이 없다”며 재판부 이송신청을 낸 바 있다.
`오월의 사제'로 불렸던 고 조비오 신부. <한겨레> 자료 사진
재판부가 16일 이 사건의 첫 형사재판을 예정대로 열기로 한 것은 전씨의 이송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광주지법 쪽은 “이송신청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송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결정을 따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 관할 문제는 재판부 직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시기에 대한 제한은 없다. 재판 중에 (이송)사유가 발견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씨는 16일 열리는 첫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에선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개정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씨가 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는 검찰의 통보를 두 차례 받고도 출석하지 않았던 전례로 볼 때 첫 형사재판에도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씨가 특별한 이유없이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형사 피고인 출석을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소환을 시도하거나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으며, 피고인 신병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 구금영장을 통해 강제로 재판정에 인치하기도 한다. 광주지법 쪽은 “피고인이 16일 출석하는지에 따라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씨는 지난해 4월 낸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몬시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해 조 신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5월3일 불구속 기소됐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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