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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기 빗댄 건배사, 수치심 안 느꼈으면 성희롱 아니다?

등록 2018-07-15 12:10수정 2018-07-16 10:14

친목 점심 식사에서 건배사 외친 동장 ‘불문경고’ 징계
광주지법, 징계 취소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
“참석자들이 성적 수치심 느끼지 않아 징계 과도”
광주지방법원 전경. 광주지법 누리집 갈무리
광주지방법원 전경. 광주지법 누리집 갈무리
“잔 대 ○○”

전남 순천시 ㄱ 동장은 2016년 11월 통장단들과 친목 점심 식사를 했다. 해남의 한 사찰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임시 식탁들이 놓였다. 이 자리엔 남성 통장 5명과 여성 통장 33명 등 통장 38명이 참석했다. 오후 1시께 점심이 시작되면서 통장협의회장 ㄴ씨가 먼저 여성 성기를 빗댄 건배사를 외쳤다. 이에 ㄱ 동장도 “그래 ○○” 등의 건배 구호로 대답했다.

이날 친목 행사 참가자 중 1명이 민원을 제기했다. ㄱ 동장은 지방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지만 징계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경고 조처를 받았다. 하지만 행정자치부가 공직 감찰을 거쳐 순천시에 경징계를 요구했다. 자치단체는 전남도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견책의 징계를 했다. ㄱ 동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견책을 불문경고의 징계처분으로 감경했다. 불문경고는 업무상 경미한 과오에 대해 내려지는 처분이지만 정식 징계는 아니다.

ㄱ 동장은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다.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이라며 순천시를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하현국)는 “ㄱ 동장에 대한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ㄱ 동장이 여성 성기를 빗댄 건배 구호에 화답한 것은 성희롱은 아니지만 공무원의 품위 손상 행위(기타)에 해당된다면서도, 참석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는데 이를 징계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다만 “ㄱ 동장의 발언은 지방공무원의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 유형 중 (성희롱이 아니라) ‘기타’에 해당하는 만큼 징계 사유는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방공무원법상에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성희롱은 직위를 이용한 공무원의 성적 발언 등으로 성적 굴욕, 혐오감,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ㄱ 동장의 건배사 화답은 당시 행사에 참석한 여성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친목 행사에 참석한 여성 통장들도 ㄱ 동장과 같은 내용의 건배 구호를 외쳤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ㄱ 동장이 주도적으로 건배 제안한 것이 아니고 △민원 제기자가 ㄱ 동장과 같은 식탁에 있지 않았으며 △민원인의 민원 제기 시점이 통장 재임명 불가 통보를 받은 뒤였다는 점 등을 들어 ㄱ 동장에 대한 불문경고를 자치단체의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ㄱ 동장이 그동안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고 여러 표창을 받았으며 징계받은 전력도 없다”며 “이 처분으로 퇴직 때 포상 불가, 근무성적평정 감점, 성과연봉 지급 제외 등 불이익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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