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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수문개방 영산강 “녹조 줄어들고 모래톱 생겼다”

등록 2018-07-27 05:00수정 2018-07-27 09:47

[승촌보·죽산보 물길 열기 8개월]
수심 낮아진 곳엔 새들 노닐고
퇴적토 줄고 조류 농도 37% 감소
물길 막힌 하류에선 녹조라떼 여전
환경단체 “보·하굿둑 허물어야”
농민들 이해 갈려 해결 과제로
26일 낮 12시10분께 광주시 광산구 동곡동 송대마을 부근 황룡강과 영산강이 합쳐지는 곳에 모래톱이 펼쳐지고 있다.
26일 낮 12시10분께 광주시 광산구 동곡동 송대마을 부근 황룡강과 영산강이 합쳐지는 곳에 모래톱이 펼쳐지고 있다.
“저기 봐요, 저기, 자갈톱과 모래톱이에요.”

26일 낮 12시10분께 광주시 광산구 동곡동 송대마을 부근 황룡강 둔치에서 홍기혁(59) 광주환경운동연합 소모임 모래톱 회장이 영산강과 합쳐지는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멀리 하늘 위로 백로 떼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홍씨가 서 있는 곳은 지난해 11월 영산강 승촌보 수문을 개방하기 전만 해도 물에 갇혀 있었다. 황룡강 둔치 옆 갈대를 헤치고 영산강과 만나는 곳까지 가서 살폈더니 놀랍게도 모래가 넓게 깔린 모래톱이 보였다. 인근 송대습지의 생태도 급속하게 회복 중이었다. 홍 회장은 “승촌보 개방 이후 상류의 강 둔치에 식물들이 눈에 띄게 느는 등 습지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산강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 강에 군데군데 모래톱이 생기고 녹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이후 영산강 승촌보를 모두 개방하고 죽산보를 일부 개방하면서 생긴 변화다.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이 26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승촌보 오른쪽 선착장에서 수질 조사를 하고 있다.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이 26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승촌보 오른쪽 선착장에서 수질 조사를 하고 있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후까지 영산강 일대에서 현장조사를 펼쳤다. 황룡강 합수부, 승촌보 오른쪽 선착장, 영산포 오른쪽 선착장, 죽산보 왼쪽 선착장 등 영산강 주요 지점의 생태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수질과 토양의 샘플을 떠 수집했다. 조사팀은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승촌보 오른쪽 선착장부터 찾았다. 승촌보 관리수위는 7.5m에서 2.5m로 개방 전보다 5m가 낮아졌다.

“모래가 드러나고 있고, 이젠 수심이 낮은 곳에서 사는 새들도 보이잖아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수문 개방 이후 강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모래톱의 생성이다. 둘째, 썩어가던 퇴적토의 감소다. 박 교수는 “퇴적층이 물보다 7~10㎝ 정도 높다는 것은 계속해서 물에 씻겨 내려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셋째, 녹조의 감소다. 2년 전 ‘녹조라떼’로 불렸던 이 일대엔 물이 흐르면서 녹조가 눈에 띄게 줄었다. 환경부 조사에서도 조류 농도(클로로필 에이)가 37% 줄었다. 그는 “이렇게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것은 어떤 공학적 수치를 갖다 붙여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이 26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승촌보 오른쪽 선착장에서 용존산소량을 조사하고 있다.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이 26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승촌보 오른쪽 선착장에서 용존산소량을 조사하고 있다.
승촌보와 죽산보 등 두 개의 보를 모두 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주시 다시면에 있는 죽산보도 보 부분 개방 이후 수위가 3.5m에서 1.5m로 낮아졌지만, 하류에선 녹조 현상이 여전하다. 영산강 하구에 설치된 하굿둑에 물이 막혀 제대로 흐르지 않는 탓이다.

14일째 폭염 경보가 이어지면서 이날 승촌보와 죽산보 두 곳에도 조류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그러나 승촌보는 유해 남조류 숫자가 상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도 보 개방 전인 지난해엔 6월8일에 발령됐으나, 올해엔 한 달 반가량 늦게 나타났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보를 존치하면 퇴적물이 쌓이고 정체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보 개방은 해체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산강 물길을 온전히 회복하려면 하굿둑을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창근 교수는 “영산강이 온전하게 자연생태계를 회복하려면 영산강 하구에서 물길을 막고 있는 하굿둑도 터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하류에 펼쳐진 녹조 현상. 광주환경운도연합 제공
지난 25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하류에 펼쳐진 녹조 현상. 광주환경운도연합 제공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하류 영산포-1 지점의 조류농도 변화.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하류 영산포-1 지점의 조류농도 변화.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이 26일 오전  영산강 일대에서 현장조사를 하기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이 26일 오전 영산강 일대에서 현장조사를 하기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영산강의 보를 철거하는 문제를 두고 농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죽산보 인근의 신석리 이장 진득근(78)씨는 “죽산보 개방으로 수위가 1m 정도 내려가니까 논에 흥건했던 물이 다 빠져 이젠 예전처럼 보리 농사를 이모작으로 지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촌보 인근에서 비닐하우스 원예 농사를 짓는 김재선(54·광주시 광산구 동곡동)씨는 “4대강 사업으로 영산강을 대규모로 준설해서 지하수가 많이 빠졌다. 겨울 갈수기엔 지하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보까지 없애면 시설원예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반대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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