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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지못미’…‘구샘’ 퇴임 기념 사랑파티 여는 제자들

등록 2018-08-12 15:45수정 2018-08-12 20:00

89년 정명여고 3학년 학생들
17일 구신서 교사 배웅 모임 열어
구 교사, 해직된 뒤 전교조 전남지부장
전교조 사무처장 등으로 참교육 헌신
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구신서 교사  89년 정명여고 3학년 모임 제공
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구신서 교사 89년 정명여고 3학년 모임 제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 당시 학교에 다녔던 제자들이 해직과 복직을 거듭한 뒤 퇴임하는 스승한테 30년 전의 미안함을 잊지 않고 위로를 보낸다.

1989년 목포 정명여고 3학년 동기들은 오는 17일 저녁 전남 목포시 한 카페에서 ‘구신서쌤 퇴임기념 사랑파티’를 연다. 이 행사는 당시 담임이던 구신서(60) 교사와의 짧았지만 치열했던 여름을 추억하는 자리다. 당시 꿈많던 18살 제자들은 이제 40대 후반이 됐지만 아직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잊지 않을게요’라던 약속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당시 영상과 사진을 모으고 유행에 맞게 치맥모임을 준비 중이다. 친근감이 묻어나는 곰살궂은 표어들도 구상하고 있다. 이 중에는 “사랑 고백 진작했다. 30년째 답 안주는 선생님은 각성하라”는 등 웃음기 가득한 문장이 들어있는가 하면, “명예퇴직 웬 말이냐, 잘라져서 퇴직하라”는 익살스런 투정(?)도 담겨있다. 또 “안그래도 힘든 수학 당신땜에 다 틀렸다”, “89년 못한 수업 두고두고 보상하라” 등의 표어에서는 가벼운 항의마저 느껴진다.

이들은 1989년 구 교사 등이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나는 현장을 목격했다. 3학년 10개 반 가운데 5개 반의 담임이 해직될 정도로 정부의 전교조 탄압 소용돌이가 거셌다. 분노한 학생 1500여명은 시험 답안지를 백지로 제출하고,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혈서를 쓰기도 했다. 이후 장기 농성을 벌였지만 해직된 교사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89년 정명여고 3학년 1반 학생들이 써붙인 ‘우리의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혈서  89년 정명여고 3학년 모임 제공
89년 정명여고 3학년 1반 학생들이 써붙인 ‘우리의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혈서 89년 정명여고 3학년 모임 제공
혼란 속에 대학입시를 치른 이들은 상처를 안고 학교를 떠났다. 2년 뒤인 1991년 4월 같은 반 친구였던 전남대생 박승희씨가 독재 타도를 외치며 분신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이들은 구 교사를 부둥켜안고 또 한 번 한없이 울었다.

구 교사는 1994년 복직해 석교고 목포고 낭주고 등지에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 전남지부장, 전교조 본부 사무처장, 전남도교육청 정책연구소장 등을 맡아 참교육을 실현하는 데 앞장섰다. 지난 3월엔 민주진보교육감 도민경선에 나가려고 명예퇴직했고, 경선에서 석패했다.

제자들은 뒤늦게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이별의식을 마련했다. 제자 변주현씨는 “구쌤은 늘 ‘세상은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고, 1등부터 꼴등까지 똑같이 대했다. 그한테 배웠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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