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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유치원, 5개월 전에 “흙막이 붕괴 위험” 경고 있었다

등록 2018-09-07 14:06수정 2018-09-07 14:21

전문가들 “폭우는 촉매제일 뿐”
“취약 지반 무시한 공사 결과”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6일 밤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 옆 공사장 옹벽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폭우로 인한 지반약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폭우는 촉매 역할을 했을 뿐 붕괴에 취약한 편마암 지반에 보강 조처 없이 공사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구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밤 11시22분께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을 받치던 50m 높이의 옹벽이 붕괴했다. 폭 50m 가운데 40m가량이 무너져 토사가 유실되면서 인근 상도유치원 건물 일부가 엿가락처럼 휘었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ㄴ’형태 유치원 건물 중 한쪽이 약 20도가량 기울었고,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다.

구는 사고 발생 뒤 전문가 5명을 불러 긴급 현장 안전점검을 했다. 점검 결과, 주변 건물 추가 피해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은 안전상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철거하되, 기울어지지 않은 부분은 정밀검사 이후 철거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긴급 현장 점검을 한 전문가들은 폭우로 인한 지반약화가 옹벽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김재성 동명기술공단 토질 및 기초 기술사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옹벽을 지지하는 지반이 연약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는 많은 비와 함께 설계·시공의 문제가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수형 한국시설안전공단 평가본부장도 “지반이 약해진 부분도 있고, 지하수위가 상승한 부분도 있다. 시공 등의 과정을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 취약한 지반에 보강 조처 없이 공사한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상도유치원 쪽은 지난 3월 공사 과정에서 유치원 건물 바닥 균열 등 이상징후를 발견하고,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에게 안전진단을 의뢰했다. 이 교수는 3월30일 현장 점검 뒤 ‘보강 조처없이 굴착하면 붕괴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진단 보고서를 유치원 쪽에 전달했다.

이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굴착공사가 50%가량 진행된 시점인데, 편마암 지대에 단층이 있어 붕괴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내린 많은 비가 붕괴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을 수는 있지만, 붕괴에 취약한 편마암 지역임을 간과한 것”이라며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 흙막이 붕괴 사고 역시 편마암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빅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 붕괴된 현장을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빅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 붕괴된 현장을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유치원 쪽은 최근 이 교수가 전한 진단 보고서를 토대로 공사현장 관계자 등과 안전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날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구는 이날 전문가 5명과 구청 건축 담당자들이 포함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오후부터 유실된 흙 메우기 작업에 들어갔다. 조사위는 앞으로 붕괴 원인은 물론, 붕괴 전 어떤 조짐이 있었는지 등 다방면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난 공사 현장은 기존 노후 연립주택을 철거하고 다세대 주택 6개 동 49가구를 재건축하는 곳으로, 지하층 흙파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이 작업장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한편, 상도유치원은 이날부터 휴원한다. 해당 유치원은 7개 학급에 128명 정원 규모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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