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항에 선적을 둔 정원 22명, 9.7t급 낚싯배가 100여척에 이르러 경쟁이 치열하다.
해경의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낚싯배의 불법 증·개축이 늘어나고 있다.
9일 전남 여수시와 낚시업체의 말을 종합하면, 선장·승무원을 포함해 정원 22명인 9.77톤급 전문 낚시어선 100여척 가운데 30~40여척이 갑판 상부에 낚시객용 편의시설을 만들거나 하부에 선체를 띄워 속도를 높이는 부력통을 설치하는 등 증·개축을 한 채로 버젓이 운항하고 있다. 이런 불법 증·개축은 행정기관에 신고한 선박이 늘어나 과열경쟁이 벌어지고, 낚시객들이 공간이 넓고 속도가 빠른 배를 타려고 하기 때문에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선주는 새로 지은 낚싯배의 선박검사를 통과한 뒤 다시 조선소에서 선체를 증·개축하는 지능적인 수법으로 단속기관의 눈을 속이고 있다. 증·개축은 낚시·휴식 공간을 넓히기 위해 갑판 상부에 아크릴 소재로 지붕·차양·벽·문 등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또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선미 하부의 추진기 근처에 유선형 부력통을 달아내 선체의 저항을 줄이기도 한다.
설계도면을 위반한 증·개축이 이뤄지면 선체의 복원성이 나빠져 사고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또 선체의 길이가 20m까지 늘어나고, 선박의 무게도 애초보다 3~5톤 가량 무거워지기 때문에 안전 운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경의 단속은 느슨하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불법 증·개축이 원인 중 하나로 불거지자 2015~2016년 떠들썩한 특별단속을 벌였다. 이후엔 사례가 많지 않고,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어선법은 허가를 받지 않고 증·개축을 했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명시했다. 안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서 처벌이 엄한 편이다. 여수해경은 증·개축한 낚싯배를 2015년 6건, 2016년 8건 각각 단속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1건에 그쳤고, 올해는 아직 한건도 없다.
낚시어선 선장 ㄱ씨는 “이대로 방치하면 낚싯배들은 더 커지고 낚시객들은 더 위험해진다. 설계도면을 어겨도 사고위험이 커져도 해경이 나몰라라 하면 법규를 지키는 이들만 생업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여수지역 낚싯배들은 갈치 참돔 등을 잡기 위해 거문·백도 해역으로 1박2일 출조를 나간다. 한번 출조하면 연료비 식사비 미끼값 간식비 등으로 경비 150만원이 들어간다. 낚시객 1명당 15만원 안팎을 받기 때문에 10명이 타면 본전이고, 그 이상이 타야 수익이 난다. 더욱이 경쟁에 밀려 운항횟수가 줄면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