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공항 추진 여부를 결정할 19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앞두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개각에서 국립공원위원장인 환경부 차관이 환경운동가에서 직업 공무원으로 전격 교체된 것도 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거리다.
환경부는 19일 오후 2시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흑산공항 건설을 전제로 만들어진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재심의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흑산공항의 환경성, 경제성, 안전성을 두고 벌어진 위원 25명 사이의 논란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변경안의 가결을 바라는 지역 주민과 부결을 촉구해온 환경단체가 별도 집회와 성명을 준비하는 등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국립공원위가 지난 2016년 11월 첫 심의에서 철새 보호 대책 등을 강구하라고 요구함에 따라 계획안이 두차례 보완됐지만, 지난 7월 재심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8월 말 개각에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신인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 자리에 박천규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환경부 차관은 국립공원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다.
환경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흑산공항 등 개발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위해 안 전 차관을 경질한 것이 아니냐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립공원위 흑산공항 심의를 앞두고 그동안 우려의 목소리를 낸 차관을 관료 출신으로 교체해 환경부를 길들이려 한다. 이번 인사가 개발주의로 가는 신호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논평을 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흑산공항 문제로 장·차관이 곤경에 처하는 과정을 뻔히 지켜본 후임자로서는 결정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립공원위의 회의 과정과 결정을 면밀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낙연 국무총리가 열의를 갖고 추진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이 총리는 지난 1월 인터뷰에서도 “전남지사 시절 큰 기대를 했던 사업이다. 부처 간 이견이 있지만 조정해 좋은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총리가 흑산공항 강행에 힘을 싣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6년 8월 마련한 흑산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보면, 2021년까지 1833억원을 들여 신안군 흑산면 예리 대봉산 일대 터 68만4000㎡에 50인승 중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을 짓기로 돼 있다. 길이 1200m, 너비 30m 규모의 활주로를 비롯해 계류장과 대합실 등을 만들어 섬 주민의 고립을 해소하고 관광객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공항 신설 계획이 발표되자 환경단체 42곳으로 꾸려진 한국환경회의는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면 국립공원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과도한 수요 예측으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할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동아시아권 철새의 75%가 머무는 생태 보고가 파괴되고 항공기와 충돌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반면 전남도와 신안군은 섬 주민의 교통 기본권 보장을 위해 조기 착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건의문에 군민 6218명과 단체 31곳이 서명할 정도로 현지의 유치 열기도 높았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여객선 결항률이 11%에 이르고, 수도권에서 7시간 걸려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외딴 섬에도 희망을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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