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흑산면 주민들이 19일 서울 마포의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회의장 밖에서 흑산공항 조기 착공을 촉구하는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흑산공항 건설 문제를 심의 중인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위원장 박천규 환경부 차관)가 결정을 미루면서 공항 건설을 요구하는 주민과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국립공원위는 지난 19일 서울에서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재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립공원위는 다음달 5일까지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전남 신안군 주민들은 흑산도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해달라는 청원에 나서는 한편, 국립공원위가 열릴 때마다 회의장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최휘철 ‘흑산공항 조기착공 주민 추진위원장’은 20일 “건설 계획이 나온 지 8년, 환경 심의를 시작한 지 1년10개월이 지났다. 국립공원에 속하지 않은 울릉공항의 추진 과정을 지켜본 주민들이 흑산도가 국립공원에서 제외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립공원은 혜택은 없고 규제만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위가 이유없이 표결을 미루며 사업자 편을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환경회의와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성명을 내어 “사업의 타당성이 없으니 자꾸 연기하고 보완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공항 건설을 포기하고 사업비 1800억원을 섬 주민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여객선 공영제, 의료 체계 강화 등에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정부가 상황을 자꾸 공전시켜 환경단체와 주민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19일 열린 국립공원위에서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소속 정부 위원들은 공원계획 변경 신청서률를 보완하겠다는 서울지방항공청의 요청을 받아들여 심의를 2개월 연기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민간위원들은 이미 충분히 검토했으니 표결로 결정하자며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박천규 환경부 차관을 회의장 옆 방에 사실상 가두는 사태가 일어나 회의가 1시간 이상 늦어지고 이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군수는 회의장 앞에서 군청 직원, 지역 주민에게 “향우회원들을 동원해 회의장을 점거해야겠다”는 등 거친 말을 그치지 않았다.
안관옥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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