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한 유골을 안치한 봉안당. 전남도의회 제공
전남도가 외롭고 가난한 주검의 마지막 존엄을 챙기기 위한 조례를 만들었다.
전남도의회는 최근 전남도 공영장례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전남도의회는 고인의 장례를 치르기 어려워 주검의 인수를 거부하거나 장례 절차도 없이 곧바로 화장하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적지 않아 최소한의 예우를 갖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조례는 지난 8월 전남도의회 의원 23명이 발의해 한 달 만에 무난하게 가결됐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가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빈곤층 고인들에게 예우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조례를 보면, 전남도는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장례를 치를 수 없을 만큼 가난한 고인을 위해 빈소를 마련하고 예식을 진행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지원 액수는 향로·수의·관·염사·화장 등에 필요한 장례비로 150만원 안팎이다. 지원 대상은 무연고 사망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 홀몸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층으로 제한했다. 다만 화장을 장려하기 위해 매장 비용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 조례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한해 15억여원으로 추산됐다. 전남지역의 한 해 평균 무연고 사망자는 41명,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사망자는 2043명으로 추산돼 한해 2000여명이 공영장례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발의자인 김기성 의원(담양)은 “전통 가족의 해체, 빈곤 노인의 증가 등으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고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장례를 더는 가족한테만 맡겨 둘 수 없다.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누구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조례는 지난 2007년 5월 제정된 전남 신안군 공영장례 지원조례를 본보기로 만들어졌다. 신안군은 2008~2017년 한 부모 가정, 부양의무자가 장애인·노약자·청소년 등인 사회적 약자층에 장례비 150만원과 화장비 20만원을 지급해왔다. 신안군은 한 해 공영장례비 예산으로 2000만~3000만원을 책정해 통상 10~20명을 지원해왔다. 서울시도 지난 3월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해 저소득층에 장례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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