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특수교육원에서 중학생들이 지진 체험과 대피 요령 교육을 받고 있다.
23일 경남 밀양시 하남읍 경남특수교육원에 김해 9개 중학교의 각 특수학급 장애 학생 42명이 모였다. 지진 대응, 화재 대피 요령 등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2014년 건축면적 2407㎡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문을 연 특수교육원은 장애 학생들에게 맞춤형 생활안전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지진·태풍·화재 등 사고에 대비한 안전생활체험관 등이 마련돼 있다. 안전교육 자격증이 있는 특수 교사들이 장애 학생 눈높이에 맞춰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해마다 경남지역 등 학생과 교직원 등 6000여명이 이곳에서 생활안전, 진로설계, 특수교육공학, 장애체험 등을 한다.
이날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지진 체험관이었다. 집으로 꾸며진 체험관에서 특수 교사에게 지진 대피 요령을 듣고 있던 학생들은 갑자기 진도 3.0 규모로 바닥이 흔들리자 식탁으로 몸을 피하거나, 베개 등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자세를 낮췄다. 진도 5.0 규모로 집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자 학생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흔들림이 잦아들자 학생들은 교육을 받은 대로 전원을 끄고, 가스 밸브를 잠근 뒤 현관문을 열고 계단 등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ㄱ(14)군은 “경주 지진 때 집에서 라면을 먹으려다가 집이 흔들려 울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기서 지진의 무서움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경남특수교육원에서 중학생들이 화재 때 완강기를 이용해 대피하는 요령을 배우고 있다.
영화 체험관에서는 실제로 불이 난 것처럼 연기가 영화관 안쪽으로 올라왔다. 화재 비상벨이 반짝거리자 재난 영화를 보고 있던 학생들은 손이나 옷으로 입과 코를 막으며 자세를 낮춰 비상탈출구로 향했다. ‘급하게 비상탈출구로 몰리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특수 교사의 사전 설명에 따라 학생들은 차례로 줄을 선 뒤, 자세를 낮추고 캄캄한 비상통로를 따라 영화관을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간 학생들은 소화기 사용하는 법과 완강기를 사용해 탈출하는 법을 배웠다.
태풍 체험관에도 학생들이 몰렸다. 학생들은 초속 20m의 강풍에 머리카락이 날리고 숨쉬기가 불편하자 바람을 등지고 괴로워했다. 초속 30m의 강풍이 불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을 가누기 힘들어 했다. 몇몇 학생들은 소리를 질렀다. ㄴ(15)양은 “바람이 거세 숨쉬기가 힘들고 무서웠다. 태풍이 오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대비해야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도시철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지하철 체험관에서 화재 발생 시 탈출법과 선박에서 구명조끼 착용법과 탈출 요령도 체험했다. 자동차 안전띠 착용법과 심폐소생술 등 생활안전 교육도 이어졌다. 학생들과 함께 온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에서도 생활안전 교육을 하지만 (학생들이) 이를 직접 체험할 기회는 적다. 화재 대피 요령 등은 직접 몸으로 익혀야 한다. 체험 학습이 지속·반복적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용학 경남특수교육원장은 “맞춤형 안전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 학생들의 위기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면서 “안전교육을 바라는 학생 수요가 해마다 넘친다. 특수교육원 분원 설치 등 시설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밀양/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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