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대전 서구 도안동 목원대학교 캠퍼스타운 3층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실습실에서 이 학과 김병수(오른쪽) 교수가 학생들과 작품을 평가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만화·애니메이션 작품은 캐릭터가 뛰어나면 인기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획력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이 작품은 캐릭터는 좋은데 이야기가 엉성합니다.” 서형규(24·3년)씨는 후배 이윤석(21·2년)씨에게 이야기 밑그림과 구조부터 완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오전 대전 서구 도안동 목원대학교 캠퍼스타운 3층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실습실에선 1~3학년 학생들과 교수들이 만화·애니메이션 작품을 평가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김병수 교수는 “만화·애니메이션은 웹툰·게임·입체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의 기초다. 이미지 홍보·광고 부문과도 밀접해 무한 확장이 가능하므로 그림, 이야기, 연출, 연기, 기획 등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추면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제자들을 격려했다. 김 교수는 2014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지지 않는 꽃’ 작품을 전시해 유럽에 일본의 야만적인 인권유린 행태를 알린 만화가다.
목원대 교수와 학생들이 축제 기간인데도 작품 평가회를 연 것은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자웅을 겨루는 행사가 대전에서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25~27일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열리는 대학 만화·애니메이션 최강전이 그것이다. 올해로 11번째인 이 행사는 만화·애니메이션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취업과 작가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있는 전국 40여개 대학 가운데 절반을 넘는 25개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여해 작품을 전시하고 만화와 애니메이션 부분의 우수작을 시상한다.
이 행사 운영위원회는 220만명이 관람해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 최대 관객 기록을 세운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균 감독, 웹툰 인기 작품 ‘신도림’의 오세형, ‘링크보이’의 두엽, ‘열랩전사’의 김세훈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마련된다. 또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20여개 업체는 ‘찾아가는 기업설명회’에 참가해 기업을 홍보하고 신입사원도 뽑는다. 후배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 서형규씨는 지난주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한 플랫폼 운영업체에 프로듀서로 취직했다.
이 행사의 총감독인 김병수 교수는 “요즘 세대는 글보다 시각물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만화는 친근함을 주는 시각물이다. 이 때문에 만화애니메이션은 웹툰, 시나리오, 게임, 입체영상, 그래픽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능을 발굴해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하고 기획하는 매니지먼트도 필요하다. 최강전 같은 행사를 계속하면서 산학연 프로젝트를 통해 전공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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