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지방정권 교체가 이뤄진 부산시에서 오거돈 시장의 ‘복심’인 정책특별보좌관과 공무원 조직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6급 이하 직원들로 꾸려진 공무원노조가 오 시장의 핵심정책을 조율해온 정책특보의 ‘월권’을 지적하며 경질을 요구하자, 정책특보가 ‘구체제의 반격’이라 규정하며 사직서를 던진 것이다.
30일 부산시 직원들 말을 종합하면, 노조는 지난 26일 내부 게시판에 성명을 올려 “전 부산환경운연합 사무처장 출신인 사회통합담당관이 정책특보의 지시를 받아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운영을 환경단체에 위탁하는 방안을 밀어붙이려 한다. 물의를 일으키고 월권을 일삼은 당사자들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오 시장의) 일부 참모들이 공무원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정식보고 라인에 없는 보좌관이 부산시의 시정을 좌지우지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문책을 요구한 박태수(52·사진) 정책특보는 오 시장이 노무현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낼 때 정책특보를 지냈고, 4차례 부산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을 보좌했던 핵심 참모다. 박 특보는 5급 별정적이지만, 과장(4급)과 실·국장(2·3급)이 시장에게 올리는 보고 내용을 미리 받아 조율한 뒤 시장에게 직접 보고해 오 시장 취임 뒤 부산시에 입성한 측근 그룹에서도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렸다. 부산시의 한 간부는 “서병수 전 시장 때도 특보를 먼저 찾아가 업무 협의를 했지만 범위가 제한됐다. 박 특보는 오 시장의 공약과 관련된 핵심정책을 대부분 관장하기 때문에 간부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4급 이상 간부들이 5급 별정직에 보고 내용을 사전 점검 받는 게 자존심 상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 특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노조 성명이 나오고 이틀이 지난 28일 오 시장에게 사퇴서를 낸 것이다. 이어 29일 오전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켜켜이 쌓여온 거대한 부산지역 기득권에 맞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역사적 소명이 담긴 정부다. 한 번 물러서면 우리의 원칙과 기준이 무너질 것이고 구체제의 반격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날 것이다”라고 받아쳤다..
박 특보와 노조의 충돌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선 4급 이상 간부들이 박 특보와 사전 협의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노조를 부추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특보의 사의 역시 ‘항의성’에 가까운 만큼 조만간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박 특보의 업무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 오 시장이 곧 사표를 반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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