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과정에서 2등이었다가 1등 당선작이 된 설계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2등으로 뽑힌 설계안 조감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정부세종청사 한가운데에 들어설 새 청사의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선작이 이미 들어선 청사들과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인데다, 공모전 심사위원장이 “행정안전부의 뜻에 따라 말이 안 되는 안이 뽑혔다”며 사퇴하면서 불공정 심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새 청사는 장래에 국회와 청와대가 들어올 수도 있는 청사 터 한복판을 차지해 입지 선정 때부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지난 10월31일 새 청사 국제설계공모전에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낸 ‘세종시티 코어’를 당선작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세종시티 코어는 현재 지상 14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3만4천㎡ 규모인 ‘성냥갑’ 모양의 고층건물이다. 총사업비가 3714억원으로, 당선작을 바탕으로 2019년까지 기본·실시 설계를 마친 뒤 2021년 완공될 예정이다.
공모전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준성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는 심사 과정과 결과에 항의하며, 지난달 29일 최종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사퇴했다. 김 대표는 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차 투표에서 행안부가 의도했던 대로 표를 몰아버렸고 결과가 뒤집혔다. 심사위원장은 허수아비였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 공모 과정에서 ‘작전’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렇게까지 ‘작전’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안이 뽑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세종청사 새 건물 당선작과 기존 건물의 모습. 기존 건물은 낮고 유선형인데, 한가운데의 당선작은 높은 사각형 건물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김 대표가 지적하는 문제는 당선작이 주변 청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고 8층 높이에 구불구불한 유선형으로 이어지는 기존 청사들과 달리, 당선작은 네모반듯한 직육면체 건물이다. 높이도 기존 청사의 두배가량이다. 당선작대로라면, 기존 청사들과 이질적인 형태의 고층건물이 15동의 청사 한가운데에 우뚝 솟게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미 들어선 독특한 형태의 세종청사 건물에 새 청사가 화룡점정이 돼야 하는데 엉터리로 점을 찍어버려서 세종청사의 의미를 완전히 희석시키는 결과가 돼버렸다. 당장의 편의성에만 치중해 어디에나 지어도 되는 건물이 선정됐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또 “애초 마스터플랜의 목표가 세종청사 가운데를 비우는 것이라 건물을 세우더라도 기법상 공간을 비워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 타워형’에 반대했다. 또 제2청와대와 국회 분원의 세종 이전도 논의되고 있어 행안부가 들어설 새 청사가 세종청사 부지의 한가운데 우뚝 서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선작은 이번 공모전의 심사 기준인 ‘정부세종청사 신청사 설계 지침’에도 맞지 않는다. 이 지침의 기본 방향을 보면, ‘정부세종청사 건축 기존개념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명확히 적혀 있다. 이 지침의 ‘주요 고려사항’에도 △현 정부청사와의 연계성 고려 △부지 특성을 고려한 청사 배치 계획 수립 등이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세종 신청사 설계공모는 국토교통부의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을 준수했고, 심사위원 선정 및 심사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 당선작 선정에 불공정한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행안부 과장이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이용자 불편, 공간 활용 등 문제에 대해 설명했고, 다른 위원들이 그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행안부와 함께 선정 과정을 관리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한 관계자에게 “당선작이 지침에 맞게 선정됐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지침은 해석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당선작 선정은 심사위원들이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송인걸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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