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입지선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각 지방정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해상풍력발전소는 제주 3곳에서 가동 중이고, 전북 부안·고창 1곳에서 조성 공사 중이다. 또 사업자들이 전국 22곳에서 4.8기가와트 규모의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300㎿(메가와트)로 풍력 발전량이 가장 많고 부산 840㎿, 인천 700㎿, 전북 668.8㎿, 제주 565㎿ 순이다.
이 가운데 전남 신안과 충남 태안 등 시·군 10여곳의 주민들이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태안 만리포 주민들은 지난달 28일 태안군과 사업자의 양해각서 체결을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주민들은 100㎿급 풍력단지를 조성하면 꽃게잡이 어장의 90%를 잃는다고 주장한다. 신안 임자도 주민들은 지난달 12~24일 풍량을 조사하는 계측기 설치 현장에서 농성을 벌였다. 주민 3000명 중 2000명은 풍력단지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전남 신안주민 300여명이 지난 9월 전남도청 앞에서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신안 임자도 해상풍력 반대대책위 제공
여수 금오도 주민들은 200㎿급 풍력단지 조성에 지난 5월부터 반대해 왔다. 이들은 “멸치어장이 훼손되고 한해 30만명이 찾는 비렁길이 풍력단지 소음과 진동으로 망가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어민 권익을 대변하는 수협은 따로 해상풍력 대응팀을 꾸렸다. 수협은 “독일 네덜란드 등 북해연안 국가의 경험을 보면 생태환경 변화, 조업구역 축소, 화학물질 유출, 소음·진동 발생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고 지적하며, 관련 정보를 어민에게 제공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유충열 수협 바다환경보전팀 과장은 “(민간 사업자가) 신청한 풍력발전을 다 허가하면 충남 태안~경남 통영 구간의 어장 70%가 사라질 판이다. 바다는 한번 난개발이 이뤄지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입지선정과 허가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근배 새 어민회 회장은 “풍력단지가 늘면 얕은 바다에 닻을 고정한 뒤 그물을 길게 풀어 고기를 잡는 닻 자망이 피해를 본다. 사업자가 멋대로 입지를 정하지 말고, 입지선정 과정에 해역 상황을 잘 아는 지방정부나 지역 어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복 임자도 대책위원장은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입지선정과 지구지정을 명시한 정부 해상풍력 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의 해상풍력단지 추진 현황 수협중앙회 제공
해상풍력단지는 차지하는 면적이 넓다. 해상에 설치하는 3㎿짜리 풍력발전기는 기둥 높이가 100m, 날개 직경이 140m, 전체 무게가 400톤(t)에 이른다. 이런 대형 구조물을 500~800m 간격으로 세우고, 외곽 500m에 항행금지구역까지 설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심이 35m 이하인 얕은 바다에 설치해야 경제성이 높아 연안 어장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시·군이 주민의 동의를 받아 재생에너지발전지구를 신청하도록 하고, 일부 시·군은 개발이익의 30%까지 주민이 공유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재로선 잇단 반발을 누그러뜨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해당 지역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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