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전 도시교통국장 신광조(61)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 홍보단장이 6일 시민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시민모임 제공
“광주의 도시 특성을 고려하면 노선을 어떻게 편성하든 승객 확보가 어렵습니다. 적자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날 텐데,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신광조(61) 사람중심미래교통시민모임 홍보단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광주시 도시교통과 문화정책 분야 등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광주시에서 도시교통국장까지 지냈지만, 시청사 앞에서 1인시위까지 벌이며 광주 지하철 2호선 신설 반대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6일 <한겨레>와 만난 그는 “국장까지 지낸 사람이 시가 하는 일에 앞장서 반대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고민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시가 명백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신광조 전 광주시 도시교통국장(오른쪽)이 광주시의회 앞에서 지하철 2호선 건설반대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퇴직 후 광산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있던 그는 광주시가 지하철 2호선(41.9㎞·44개 역) 조기 착공을 공언하던 지난해 9월 지하철 2호선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반대운동을 접고 전임 시장의 임기 내 착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던 때다.
그는 2004년 개통한 1호선의 통행분담률이 3.2%에 불과한 상황에서, 2조579억원(시비 40%)이 투입되는 2호선을 신설하면 한 해 적자 폭은 1318억원으로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시의 재정 상황과 인구 추계에 근거해 세밀하게 논증했다. 시의 빈약한 재정능력으로는 지하철이 미래 세대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신 단장의 주장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2월 사람중심미래교통시민모임 결성으로 이어졌다.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 지난 2월부터 광주광역시청 앞에 설치한 천막농성장.
9일 시작되는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250명)의 1박2일 종합토론에서도 최대 쟁점은 2호선의 ‘지속 가능성’이다. 신 단장은 “광주시 한 해 예산이 5조원이 넘어가더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이 3000~4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운영적자 보전액이 해마다 1300억원을 넘게 되면 시가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할 기회비용이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지하철 건설 사업비와 운영적자 보존액이 커지면 사회복지·문화·환경 부문에 써야 할 예산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신 단장은 “서울·부산 등 광주보다 인구도 많고 예산도 풍부한 다른 대도시들이 지하철 노선 신설을 안 하는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기존 노선을 연장하는 지선만 뚫고 있는 서울이나 노선 신설을 포기한 부산은 물론, 대구가 3·4호선을 각각 모노레일과 노면전차(트램)로 설치하려는 것이나, 대전시가 2호선을 트램으로 추진하는 것도 재정문제와 미래교통 수단의 적합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적잖은 시민들이 2호선 건설비가 내 호주머니에서 나간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면서도 “최근 재정문제와 결부지어 지하철 문제를 바라보는 분들이 많아진 것은 희망적이다. 지하철 백지화 이후 광주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하철 2호선의 운명은 오는 10일 공론화위원회의 종합토론 직후 진행되는 시민참여단 투표로 결정된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