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사립유치원 집단 폐원 등에 대비해 시교육청 산하에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교육청 인가 없이 임의로 폐·휴원할 경우 행정 처분과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인 무상교육을 넘어 이제는 혁신미래교육으로 나가야 할 때입니다.”
전국 최초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시대의 서막을 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취임 넉 달을 맞아 무상교육 시대를 연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은 도 교육감은 “무상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이자 공정한 교육,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바탕”이라며 “중·고교생 교복비, 사립유치원 급식비, 고등학생 교과서비 등을 무상으로 지원해 단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초·중·고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사립유치원까지 확대된다. 그동안 공립유치원은 유아학비지원금, 유치원 기본운영경비 등으로 급식비와 학부모 부담분을 지원해왔으나, 사립유치원은 무상급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내년부터 3~5살 사립유치원생 256곳 3만2335명에게도 연간 226억원을 지원한다.
또 중·고교 신입생 약 5만3천명에게 교복구매비 1인당 26만6천원이 지원된다. 인천시와 교육청이 140억원의 예산을 절반씩 각각 부담하기로 협의했다. 내년부터 고교 교과용 도서도 무상지원하며, 2020년 고교 1학년부터 시작해 2022년에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수업료를 면제한다. 도 교육감은 “무상교육 실현은 물론, 학교폭력, 미세먼지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인천시를 비롯해 군·구, 지방의회 등 관계기관과 협업을 통해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교육감은 또 혁신미래교육 모델도 제시했다. 공교육 혁신을 위한 행복배움학교를 확대 지정해 행복배움학교 교육 과정을 보편화한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현재 행복배움학교 40개교에서 2022년까지 모두 100개교로 늘리는 방안이다. 진로·진학·직업교육 전문기관인 인천진로교육원, 문화예술·실용음악·영상 등 학과를 갖춘 인천대중문화예술고교도 신설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 민·관이 협치하는 ‘미래교육위원회’를 설립해 학부모 참여를 늘리는 방안도 소개했다. 그는 “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통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삶의 힘이 자라도록 돕는 마을교육공동체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학생, 학부모, 교직원, 시민 등이 소통할 수 있는 소통도시락, 각종 토론회 등의 다각적인 창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도 교육감은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해 최근 ‘유치원 공공성 강화 10대 대책’도 발표했다. 유치원 감사 때 시민감사관을 투입하고, 감사 주기도 3~4년으로 단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현재 23.6%에 불과한 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3년까지 4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2021년부터 단설유치원 설립 규모를 확대하고, 신설 초등학교에는 병설유치원 3~5학급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공영형 사립유치원을 시범 운영하기 위해 건물 매입이나 임대 계획을 수립하고, 기존 학교 용지의 유치원 신설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온라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확대를 위해 2020년까지 인천 모든 유치원이 이 시스템을 쓰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례 개정 전까지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는 사립유치원은 참여하지 않는 유치원과 차별을 두어 학급운영비를 학급당 최대 40만원 이상 추가 지원한다.
도 교육감은 “사립유치원 집단 폐원 등에 대비해 시교육청 산하에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교육청 인가 없이 임의로 폐·휴원할 경우 행정 처분과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학교 내 성폭력(스쿨 미투)에도 칼을 빼 들었다. 인천지역 중·고교 5곳에서 성폭력 피해 사례 폭로가 잇따르면서 경찰 수사로까지 확대된 상태다. 시교육청은 스쿨 미투 폭로 이후 특별조사단을 꾸려 해당 학교 전수 조사에 나서는 한편,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도 교육감은 “인천에서 스쿨 미투가 발생한 것에 대해 시교육의 수장으로 깊은 책무성을 느낀다”며 “성폭력 없는 학교, 성평등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실시하고, 관련 제도 등을 정비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특이사항 및 긴급조처 사항을 발견하면 곧바로 합당한 조처를 하고, 2차 가·피해 상황이 발생치 않도록 하라고 감사 부서에 지시했다.
인천교육의 가장 시급한 현안 가운데 하나인 원도심과 새도심 간 교육 불평등 문제도 언급했다. 원도심 열악한 지역에 있는 학교를 교육균형발전지원 대상교로 지정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학교기본운영비를 1곳당 추가로 1억원가량 증액할 방침이다. 그동안 기초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가 없었던 동구와 옹진군의 학교들은 다른 군·구 관내 학교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 시와 협력해 내년부터 해마다 10억원의 교육활동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다. 그는 “원도심 지역에는 마을교육공동체, 미래학교와 미래교실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돌봄·특수교육·상담 등의 분야에는 인원을 확충하면 학교 간, 지역 간 존재하는 교육 불평등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밀학급으로 고통받는 새도심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해 학교 신설, 교실 증축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과밀 예상 37곳의 학교에 대한 정밀진단이 진행되고 있다. 도 교육감은 마지막으로 “이제 인천교육은 혁신미래교육을 준비하는 4개월의 시간을 지나, 삶의 힘이 자라는 교육을 본격적으로 실현해나가는 대장정을 시작했다”며 “시민들이 그 길에 주인공이 되어 주시고, 동반자가 되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