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기초단체에 대해 행정 사무감사에 나선 가운데 지난 12일 오전 부여군청 앞에서 부여군의회와 공무원노조가 현관을 가로막고 도의회 감사에 반대하고 있다. 부여군의회 제공
충남도의회의 기초자치단체 행정 사무감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충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4일 오전 보령시에 대한 행정 사무감사에 나섰으나, 충남도 시·군의회와 공무원노조가 청사 진입을 막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도의회는 감사가 무산되자 성명을 내어 “보령시 행정 사무감사를 오는 19일 오전 10시30분 충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실로 변경한다. 시·군에 위임한 사무·예산을 광역의회가 살피는 것은 당연한 업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도의회는 지난 12일 농업경제환경위원회가 부여군, 지난 13일 문화복지위원회가 천안시에 대한 행정 사무감사에 각각 나섰으나 기초의회와 공무원노조 등이 저지해 감사를 하지 못했다. 또 14일에는 안전건설해양소방위원회가 서산시를 감사할 예정이지만 서산시의회와 공무원노조 등이 반대하고 있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보령시 등 4개 시·군은 도 의회가 요구한 감사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도 의회는 지난 10대에서 ‘충남도의회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초단체를 행정 사무감사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나, 시·군의 반발에 그동안 감사를 실시하지 못했다. 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장은 “행정 사무감사는 도가 시·군에 보조한 예산 6천억여원이 제대로 집행되는지와 위임사무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도 의회의 당연한 업무”라는 태도다.
이에 대해 충남도 시장·군수협의회, 시·군의회 협의회, 공무원노조 충남연맹 등으로 꾸려진 ‘충남도의회 시군행정 사무감사 조례 개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초자치단체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데도 도의회가 일선 시군을 대상으로 행정 사무감사를 벌이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고 지방분권의 흐름을 거스르는 옥상옥 감사다. 도 의회는 기초단체에 대한 감사를 즉각 중단하고 조례를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도 의회의 감사는 월권행위이다. 일선 시·군은 감사장을 설치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며 도 의회가 감사를 강행하면 계속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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