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제수문을 설치하기 위해 용수로에 수문 틀을 고정하고, 부력장치가 달린 작은 수문을 달았다, 쓸모없이 흘러가던 농업용수가 자동 제수문에 막혀 차오른 뒤 수문 밑부분이 열리며 퇴적물이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 송준영씨 제공
가뭄으로 해마다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가운데 용수로에 작은 수문을 달아 버려지는 물을 아끼는 장치인 ‘자동 제수문’이 개발됐다. 부력에 따라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이 장치는 간단하지만 물 절약 효과가 커 가뭄 대책으로 관심을 끈다.
송준영(52·전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 과장)씨는 가뭄에 대비한 농업용수 확보 대책으로 자동 제수문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송씨가 개발한 자동 제수문은 용수로 끝부분인 유말부의 수로에 수문틀을 고정한 뒤, 부력장치가 위에 달린 문비(작은 수문)를 설치하는 것이다. 문비는 수로 수위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데, 수위가 높으면 떠서 수로 바닥 퇴적물을 내보내고, 수위가 낮아지면 바닥까지 가라앉아 수로에 물을 채워 물이 버려지는 걸 차단한다.
현재 농업용수는 저수지나 하천 등에서 퍼 올린 물을 용수간선, 용수지거(용수지선)을 통해 농경지에 공급된다. 물꼬는 수로 바닥에서 20~25㎝ 높이에 위치하는데, 상류쪽에 물을 먼저 공급한 뒤 상류쪽 물꼬를 막아야 하류쪽에서 순차적으로 물이 공급되는 구조다. 상류에 물이 공급되는 동안 20~25㎝ 수위 아래 물은 그대로 버려진다.
연간 90일 동안 급수가 이뤄지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물의 양이 용수지거 1개에서 연간 7만7760톤에 달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의 평균 저수량은 150만~200만톤이다. 연간 용수지거 20개에서 버려지는 물이 저수지 한 곳과 맞먹을 정도다. 송씨는 “22년 동안 저수지·농수로를 만들고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면서 가뭄으로 애태우는 농촌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물이 부족하다면 있는 물을 아껴 써야 한다고 생각해 자동 제수문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는 이날 내년 가뭄에 대비해 농업용수 확보사업을 발표했다. 사업을 보면, 천안 지산저수지와 논산 소중저수지 등 5곳에서 6만6천㎡ 규모의 준설을 해 저수량을 늘리고 24곳에 양수·급수시설을 설치한다. 도는 내년 4월까지 사업을 마치면 농경지 817㏊에 대한 용수공급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