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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고 탈많은 ‘의정부 안중근 동상’…글 엉터리 해석 논란

등록 2018-11-23 18:38수정 2018-11-23 21:27

의정부시, 의정부역앞 설치 1년만에 늦깎이 제막식
7천만원 들여 오류 수정뒤 ‘견리사의’ 해석 또 오류
경기도 의정부시가 안중근 동상에 새긴 ‘견리사의 견위수명’란 글귀 아래 잘못된 해석을 버젓이 새겨놓았다. 버드나무포럼 제공
경기도 의정부시가 안중근 동상에 새긴 ‘견리사의 견위수명’란 글귀 아래 잘못된 해석을 버젓이 새겨놓았다. 버드나무포럼 제공
경기도 의정부시가 의정부역앞 공원에 안중근 의사 동상을 설치해 일반에 공개한 지 1년여 만인 지난 22일 제막식을 열었지만, 안 의사의 글을 잘못 해석하고 이를 돌판에 새겨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8월 안중근 의사 동상을 의정부역앞 공원에 세웠으나, 고증 오류와 동상 제작 배경을 둘러싼 잡음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3일 의정부시와 시민단체의 설명을 들어보면, 의정부시는 동상을 설치한 이후 시민단체 등이 ‘안 의사의 다섯 손가락이 멀쩡하게 제작됐다’고 지적하는 등 오류 신고가 잇따르자 지난 1년여 동안 7천만원 가량 예산을 들여 이를 바로잡는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새로 만든 안중근 동상 구조물에도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란 글귀 아래 잘못된 해석이 새겨졌다. 시민단체인 버드나무포럼은 “‘견리사의 견위수명’이란 글귀 아래 ‘이로움의 처지를 당하면 이로운 것인지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함을 당하면 목숨을 바친다’고 잘못된 해석을 버젓이 새겨놨다”고 밝혔다. 안중근 의사의 이 유묵 글씨는 ‘이로움을 보고 의로움을 생각한다’란 뜻으로 보물 569-6호로 지정됐다. 안 의사가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여순감옥에 갇혀 1910년 2월께 쓴 글씨다.

버드나무포럼 관계자는 “‘의로움’을 생각하라고 쓴 글귀를 계산적인 의미의 ‘이로움’을 생각하라고 돌판에 새긴 것은 코미디이자 안중근 의사에 대한 모욕이다. 잘못 만든 구조물을 1년 만에 다시 정정해서 제막식을 열면서 또다시 안중근 의사를 모욕하는 실수를 연발하는 졸속행정에 대해 시는 즉시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용 경기 의정부시장이 지난 22일 의정부역 앞 공원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동상 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안병용 경기 의정부시장이 지난 22일 의정부역 앞 공원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동상 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의정부시의 안중근 동상은 중국 최우 작가의 작품으로 높이 2.5m, 가로 3.7m, 세로 1.3m 크기로 청동으로 제작됐으며 무게는 1200㎏에 달한다. 하얼빈역에서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달려가면서 품 안에서 총을 꺼내는 형상으로 기존 국내에 설치된 동상과는 달리 역동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민간단체인 차하얼학회가 의정부시에 기증했다.

의정부시는 안중근 동상에 대해 지난 수년동안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로 중국의 한 민간단체가 제작했고, 의정부시와 하얼빈시에 각각 하나씩 설치됐다. 제작비로 16억원이 들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시 주석이 동상 제작을 지시했는지 의심이 든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하는 등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근거없는 허위사실”이라며 지난해 12월 말 시민단체 대표 등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의정부시 담당 공무원이 ‘시 주석이 동상 제작을 지시했다는 점과 제작비가 16억원이었다는 것, 같은 동상이 2개 만들어졌다는 내용은 모두 중국 민간단체로부터 들은 이야기일 뿐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말해 무혐의 처리됐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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