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음란물을 유통시키다가 적발된 웹하드 ㅂ디스크의 관리자 화면. ㅂ디스크는 자신들이 직접 4만6000여개의 음란물을 게시판에 올려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지방경찰청 제공
회원들 아이디(ID)로 불법 음란물을 유통시켜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린 웹하드 업체가 적발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7일 4만6천여개의 음란물을 게시판에 올려 유통시킨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위반)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웹하드 ㅂ디스크를 운영하는 ㄷ사 대표 윤아무개(39)씨를 구속하고, 같은 회사 직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ㄷ사의 진짜 주인인 권아무개(39)씨를 수배하고, 이들에게 수사상황을 누설한 혐의로 저축은행 지점장 김아무개(4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웹하드 서버 유지보수업체 ㅇ사 대표인 권씨는 지난해 2월 웹하드 ㅂ디스크를 운영하는 ㄷ사를 인수해 친구인 윤씨를 ㄷ사 대표로 앉혔다. 이들은 전문 업로드팀 3명을 고용한 뒤, 장기간 접속하지 않는 회원 953명의 아이디로 음란물 4만6천여개를 지난해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ㅂ디스크 성인게시판에 올렸다. 웹하드 업체는 음란물 등 불법 동영상의 유통을 막기 위해 불법 동영상을 걸러내는 ‘필터링 프로그램’을 반드시 가동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들은 일반회원들이 올리는 동영상에 대해서만 필터링을 하고 자신들이 올린 음란물에 대해선 필터링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도록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권씨가 ㅇ사의 ㅂ디스크에 대한 유지보수비를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ㄷ사 수익을 ㅇ사에 넘기는 등 70억원가량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권씨는 해외출장을 다녀와서 조사를 받겠다고 변호인을 통해 경찰과 협의하고 지난 16일 오스트레일리아로 나간 뒤 연락을 끊은 상태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권씨의 여권을 무효화시켜 오스트레일리아를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 인터폴에 국제수배 중 가장 강력한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ㅂ디스크는 음란물을 유통시키던 성인게시판만 폐쇄한 상태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의 범죄수익에 대해 검찰에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고, 국세청에 각종 조세포탈 행위를 통보했다. 현재 경찰은 문제성이 있어 보이는 전국 30개 웹하드 업체를 조사하고 있는데, ㅂ디스크처럼 불법 음란물을 직접 유통시키는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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