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초범·경범죄자 대상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 시행
보호관찰소·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함께 맞춤형 재범방지교육
전국 첫 도입, 장애로 겪는 수사 불이익 대책도…인권옹호 기대
보호관찰소·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함께 맞춤형 재범방지교육
전국 첫 도입, 장애로 겪는 수사 불이익 대책도…인권옹호 기대
ㄱ양(16)은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8월25일 밤 대전 대덕구 송촌동의 한 건물에서 뛰어 내려 숨졌다. ㄱ양은 하루 전 학교 상담교사에게 ‘20대 남자에게 성폭행당했고 같은 반 친구 ㄴ양이 이를 찍었다’고 고민을 밝혔다.
경찰은 ㄱ양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지목한 ㄷ(21)씨와 ㄴ양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 배포) 혐의로 검거했다. 그러나 대전지검은 올 1월 ㄴ양을 불기소 처분했다. ㄴ양이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맞지만 ㄷ씨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ㄴ양 역시 정서적 학대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이 ㄴ양을 피해자로 판단한 것은 ㄴ양이 경계성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었다. 경계성 발달장애인은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았으나 지적 발달 등이 늦어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이들을 일컫는다.
ㄴ양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를 저지른 발달장애인의 재범을 방지하는 프로그램이 대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윤진용)는 대전보호관찰소, 대전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협력해 ‘발달장애인 성폭력 피의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도는 그동안 음주운전, 성매수 피의자 등에게 시행돼 왔으며, 성폭력을 저지른 발달장애인에게 적용되기는 대전이 처음이다.
이 제도는 성폭력 범죄가 처음이거나 혐의가 경비한 발달장애인에게 1대 1 맞춤형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일정 기간 보호관찰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은 발달장애인 특성상 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통상적인 형사 절차에 따른 처벌로는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교육 일정은 보호관찰관이 관리한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대전발달장애인지원센터, 동대전장애인성폭력상담소, 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등과 맞춤형 교육 과정을 협의하고 기소유예 제도를 시범 실시해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등 이 제도 시행을 준비해 왔다. 또 검찰은 발달장애인이 수사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밝히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려고 관련 단체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지원하는 대책도 세웠다.
대전발달장애인지원센터 정지완 권익옹호팀장은 “발달장애인은 성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피해 발달장애인은 법률로 권리와 지원이 보장돼 있지만, 피의자는 가해자라는 이유로 형사처분을 받았다”며 “발달장애인은 고의성 없는 행동이 성폭력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제도가 확대돼 발달장애인이 성공적으로 자립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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