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아침 광주시 광산구 서봉동 어등산 골프장 인근 유원지 조성 사업지엔 출입금지 팻말만 덩그렇게 설치돼 있었다. 정대하 기자
광주시가 광산구 서봉동 어등산 관광단지에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여 대규모 레지던시 호텔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레지던시 호텔 분양으로 이익을 거두면 이 돈을 공공편의시설을 짓는 데 투입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레지던시 호텔은 개인주택으로 전용될 여지가 커 어등산 개발사업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광주시 쪽 말을 종합하면, 광주도시공사는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공모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컨소시엄과 이달 말까지 최종 협상을 벌인다. 도시공사는 호반컨소시엄과 어등산 관광단지 안 유원지(15.7%·41만7531㎡) 터에 객실 1500여개를 갖춘 레지던시 호텔을 건립해 분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레지던시 호텔은 수익사업으로 추진되며,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생활숙박시설이다. 제안 사업엔 호텔과 대규모 인공 수변 시설 등을 짓는 방안도 포함됐다. 공공공편의시설로는 체육공원과 청년창업지원센터, 아트센터, 야외공연장 등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가 2005년 발표한 어등산 관광단지사업(273만6218㎡) 조성 계획 조감도.
하지만 어등산 관광단지에 대규모 레지던시 호텔을 세워 분양하는 것은 사업의 근본 목적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광주시가 2005년 어등산 관광단지조성사업을 추진하며 내세운 목표는 ‘공익성’이었다. 40년 넘게 군부대 포 사격장이었던 터를 국방부에서 양여받고 헐값에 강제수용한 주변 사유지와 묶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받아낼 할 수 있었던 것도 시민휴양시설 조성이란 공익적 목적을 내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레지던시 호텔을 분양받은 이들이 숙박영업을 하지 않고 개인 별장이나 ‘세컨드 하우스’ 용도로 사용할 경우 이곳은 부유층을 위한 고급 주택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강원·제주 등에 호텔과 달리 취사가 가능한 생활형 시설이 많이 건립되는 등 숙박시설이 다양화하는 추세를 살필 필요가 있다. 다만 개인 주거용으로 활용될 우려도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어등산 관광단지 안 유원지 역시 공익 목적을 벗어난 시설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2005년 어등산 관광단지 사업이 시작된 뒤 수익시설인 골프장(57%·156만7463㎡)만 먼저 개장을 뿐, 시민휴양시설 조성사업은 13년째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김정희 민변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은 “광주시가 이 땅을 공익목적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헐값에 땅을 수용해 민간업자에게 넘기는 거간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시 쪽은 “레지던시 호텔 건립을 논의하는 것은 수익이 나야 민간사업자가 공공편의시설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시민단체 우려처럼 주택단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호반컨소시엄 쪽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며 만남을 피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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