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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태’ 더 이상 논의말라고?…전두환과 광주의 38년 악연

등록 2019-01-07 13:41수정 2019-01-07 14:15

주한 미 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3급 비밀전문’ 보니
전씨, 1980년 9월 5일 광주 방문해 ‘광주사태’ 언급
5·18 관련자 5명 사형선고나고 넉달 뒤 광주 방문
7일 사자명예훼손혐의 두번 째 형사재판 불출석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간접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1980년 9월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간접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1980년 9월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광주사태가 국민들의 단합된 노력으로 해결되어 만족스럽다. 이제 더 이상 광주사태를 논의하면 안된다.”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정권 찬탈에 성공한 전두환(87)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했다. 5·18학살의 주범으로 꼽혔던 전씨는 1980년 9월 1일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선선거인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첫 방문지로 호남을 선택한 셈이다. 전씨는 그 해 9월 5일 광주를 방문해 옛 전남도청에서 영산강 홍수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전씨는 이 자리에서 이 지역이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고 타 지역보다 더 모범적이 되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전씨는 9월 4~5일 전주~광주~대구(1박)~경북을 1박2일동안 방문한 바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1980년 9월 미 국무부에 보낸 ‘3급 비밀전문’.
주한 미국대사관이 1980년 9월 미 국무부에 보낸 ‘3급 비밀전문’.
이런 사실은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3급 비밀전문’에 기록돼 있다. 실제로 국가기록원의 자료를 보면, 전씨가 당시 광주를 방문해 보고를 받던 사진이 남아 있다. 이 사진에서 전씨는 의자에 앉은 채 지긋이 눈을 감고 브리핑 내용을 듣고 있다. 5월단체 한 인사는 “5·18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은 외면한 채 책임을 광주와 전남 지역 주민들에게 돌리며 ‘타 지역보다 더 모범이 되라’는 훈계를 한 전두환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1980년 9월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 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1980년 9월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청사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 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전씨와 광주의 ‘악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씨는 1980년 11월 6일 광주교도소를 방문해 교도소에 격려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전남지역 민정시찰 차원에서 광주를 방문한 전씨는 사직공원과 광주 북구청, 역전파출소에 이어 이례적으로 광주교도소를 찾았다고 한다. 광주시 북구 각화동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가혹한 살상행위와 암매장이 자행된 장소로 지목됐던 곳이었다. 전씨는 당시 교도관들에게 격려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전씨를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던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도 그 해 11월 전씨와 함께 광주를 찾아 한 어린이보육시설을 방문했던 사진이 국가기록원에 남아 있다.

1981년 1월 간접선거를 통해 12대 대통령에 당선됐던 전씨는 2월 18일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광주항쟁구속자가족회’ 가족들은 당시 광주 와이엠시에이 앞에서 시위를 펼쳤다. 전씨 부부가 탄 차가 모습을 보이자 정현애(5월어머니집 관장)씨가 차도로 뛰어들면서 “광주의 구속자를 풀어달라”고 소리쳤다. 1980년 10월25일 계엄사 1심 군사재판에선 255명의 5·18 관련자에게 사형 5명, 무기징역 7명, 징역 163명, 집행유예 80명이 선고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1980년 11월 광주의 한 어린이 보호시설을 방문했다.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1980년 11월 광주의 한 어린이 보호시설을 방문했다.국가기록원 사진 갈무리
전씨는 이듬해 1982년 3월 10일 또 한차례 광주에 왔지만, 광주에서 숙박을 하지 못했다. 전씨 부부는 당시 인근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숙박한 뒤 민박기념비를 세웠다. 광주전남민주동우회는 1989년 1월13일 이 비를 찾아 부순 뒤 5·18영령들이 묻힌 망월동 묘지 앞 땅에 묻었다. 지금도 비석 옆 안내문엔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 비석을 짓밟아 달라고 적혀 있다. 전씨는 1987년 2월 4일 대통령 임기 말 광주시청을 방문해 동백나무를 심기도 했다. 새로 옮긴 광주시청사 앞에 옮겨심어졌던 이 동백나무는 2007년부터 시들기 시작해 결국 2011년 8월경 자연 고사해 폐기처분됐다.

광주시 북구 망월동 옛 5·18 묘지 들머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씨 부부 민박기념비. 전씨 부부가 1982년 3월 광주에 오지 못하고 인근 전남 담양에서 숙박하고 세운 비다. 1989년 1월 광주전남민주동우회가 망월동 묘지 앞에 묻었다. 정대하 기자
광주시 북구 망월동 옛 5·18 묘지 들머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씨 부부 민박기념비. 전씨 부부가 1982년 3월 광주에 오지 못하고 인근 전남 담양에서 숙박하고 세운 비다. 1989년 1월 광주전남민주동우회가 망월동 묘지 앞에 묻었다. 정대하 기자
전씨는 7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두번 째 공판기일이 잡혔지만 재판부에 독감 등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불출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7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전씨에 대한 두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재판부가 전씨의 재판 불출석과 관련해 어떤 법적 절차를 밟을 지 주목된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소환을 시도하거나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는 이날 전씨 재판이 끝난 뒤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낸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몬시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해 조 신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해 5월3일 불구속 기소됐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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