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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 모의재판’ 열린 부산지법 대법정

등록 2005-12-14 23:43수정 2005-12-14 23:43

‘국민참여 형사모의재판’이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14일 오전 부산지법 대법정에서 배심원들과 방청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국민참여 형사모의재판’이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14일 오전 부산지법 대법정에서 배심원들과 방청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현장] “증거 부족…배심원 모두 무죄 의견 제출합니다”
“배심원 9명 모두는 피고인에 대해 무죄 의견을 제출합니다.”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국민참여 형사모의재판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14일 부산지법 대법정에서 열렸다.

시민 배심원 9명, 2시간 넘는 토론끝 ‘만장일치’
“재밌고 뿌듯…진짜 재판에도 참가하고 싶어”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홍보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와 부산지법, 부산지검, 부산지방변호사회가 함께 연 이날 모의재판에는 현직 판·검사, 변호사가 나와 실제상황처럼 재판을 진행했다.

또 일반시민 9명으로 이뤄진 배심원단과 건강 등의 문제로 배심원이 끝까지 재판에 참가하지 못할 것에 대비한 예비배심원 3명은 재판내용을 전혀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사실을 정당하게 판단하고 평결할 것”이라는 선서를 하고, 진지하게 재판에 참가했다. 이들은 부산지법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재판과 관련된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 등 재판부의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

이날 재판의 소재는 택시기사가 밤 늦게 술에 취해 뒷좌석에서 잠든 여자승객의 손가방을 훔치고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강간치상과 절도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까지 난 실제사건을 각색한 것이었다.

연극배우로 구성된 피해여성 등 5명의 증인은 눈물까지 흘리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대형 모니터를 통해 피해자의 상해진단서, 휴대폰 발신통화내역서, 차량번호를 적은 메모지 등 증거물을 배심원단과 재판부에 보여주며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여기에 맞서 변호인도 범행 발생 시간대에 택시기사가 긴 시간 차량을 멈춘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택시 운행기록지 등 증거물을 제시하며 피고인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최후진술까지 끝낸 뒤 재판장은 배심원들에게 각각의 죄에 대해 만장일치로 평결하도록 하는 등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비공개로 피고인에 대한 평의를 하도록 했다. 예비배심원 3명을 포함한 ‘그림자 배심원단’ 9명과 출입기자 7명으로 이뤄진 기자배심원단도 각각 비공개 평의를 했다.


기자배심원단은 20여분만에 “유죄로 판단하기에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부족하다”는데 뜻을 모아 강간치상죄와 절도죄에 대해 모두 무죄를 평결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2시간 너머 토론을 벌인 끝에야 만장일치로 피고인에 대해 무죄라는 평결을 내렸다. 그림자배심원단 역시 2시간 너머 토론을 벌였으나 의견을 모으지 못해 결국 다수결로 무죄를 평결했다.

배심원으로 참가한 황미숙(38·여)씨는 “매우 재미있고 뿌듯했다”며 “진짜 재판에서도 불러준다면 다시 배심원으로 참가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부 입안을 거쳐 현재 국회에 제출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국민참여재판은 내년 한해 동안 전국 고등법원 관할별로 모의재판를 거친 뒤, 2007년부터 5년 동안 시험실시 과정을 거쳐 2012년 완전 도입된다.

한승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은 “국민참여 재판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에 보다 충실하고, 국민을 위한 재판에서 국민에 의한 재판으로 선진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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