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화가 홍성담(63)씨가 전남 신안에 동아시아 인권평화미술관을 세운다.
홍씨는 8일 “지난해 여름 고향인 신안군에서 홍성담 미술관을 짓자는 제안을 해왔다.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지만 인권평화를 주제로 한 미술관이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역제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과 평화를 위해 여태껏 제작한 작품들을 기증하겠다. 또 스리랑카 서양화가 찬드라 굽타 등 필리핀 인도네시아 오키나와 파키스탄 등지의 민중화가들이 탄압에서 벗어나 반년이나 한 해 동안 그림에만 매진할 수 있는 작업공간을 마련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과 약속한 만큼 일본 나오시마처럼 미술관을 명소로 만드는 데 분골쇄신하겠다. 바다와 어우러진 명상·치유·성찰의 공간으로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홍씨와 신안군은 지난 7일 업무협약을 맺었다. 군은 공간을 마련해 미술관을 짓고, 홍씨는 작품의 수집과 전시, 레지던시 운영 등을 맡기로 했다.
군은 2020년부터 150억원을 들여 신안군 하태동리 옛 신의초등학교 남분교장 일원 7만㎡에 지상 2층, 건물면적 1500㎡ 규모로 미술관을 지을 예정이다. 개관은 2023년으로 예상된다. 미술관이 들어설 하태도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일제강점기 치열했던 농민운동의 거점이었던 하의 3도에 속한 섬이다.
2014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홍성담 작가의 풍자화 ‘세월 오월’.
홍씨는 1989년 평양축전에 민족해방운동사 사진을 보냈다는 이유로 구속된 뒤 이듬해 앰네스티에 의해 ‘세계 3대 양심수’에 선정됐다. 2014년엔 광주비엔날레에 대통령을 풍자한 ‘세월 오월’을 출품했다가 철거 압박을 받으면서 미국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서 ‘세계를 뒤흔든 100인의 사상가’에 뽑히기도 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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