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휴양시설로 계획된 광주 광산구 어등산관광단지에 민간 건설업체가 최대 20층 높이의 레지던스 호텔단지 건설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광주도시공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어등산관광단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반 컨소시엄은 최근 제출한 사업 계획안에 1500실 규모의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 호텔을 유원지 터(41만7531㎡)에 짓는 방안을 포함했다. 광주도시공사 소유인 유원지 터에 민간사업자가 시민휴양시설 재원 마련에 필요한 수익사업 명분으로 레지던스 호텔 분양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레지던스는 취사나 세탁시설을 갖춰 얼마든지 주거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사업자가 추진하는 레지던스 호텔단지의 규모다. 호반 컨소시엄이 계획한 레지던스 호텔단지는 최고 20층에 15개 동 규모다. 조망권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어등산 관광단지는 군용항공기의 이착륙 때 안전비행을 위해 지정해 놓은 비행안전구역 중 20분의 1 경사도 내에서 최고 152m 건축이 가능한 6구역에 해당한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광주 북서쪽에 있는 어등산 자락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도시 조망권(스카이라인)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반 컨소시엄 쪽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건축 심의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해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지던스 호텔의 운영을 별도의 업체에 맡기지 않고 개별 분양할 경우, 부유층의 별장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광주도시공사도 레지던스 호텔 운영을 제3의 업체에 맡기자고 제안했지만, 호반 컨소시엄 쪽은 레지던스 운영과 관리를 제3의 업체에 맡길 경우 분양이 어려워진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고 때도 레지던스를 공동 관리한다는 조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공공 목적의 시민휴양시설을 짓는다며 군 포 사격장 터를 넘겨받고 주변 사유지까지 강제수용해 조성한 땅에서 민간사업자가 고급주택단지 분양사업을 하도록 길을 열어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도시공사는 앞서 기장군 기장읍 동부산관광단지 안 레지던스 부지(2만4750㎡)의 분양 공고를 내면서 레지던스 운영을 제3의 업체에 위탁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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