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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조카 카페엔 격려쪽지 15장…“서민 이해 못할 방식” 비판도

등록 2019-01-21 11:40수정 2019-01-22 08:59

‘손혜원 논란’에 갈라진 목포 민심
원도심 장년층 “버려진 집 사는 게 무슨 투기냐”
신도심 젊은층 “20채 넘는데도 무슨 할 말 있냐”
21일 오전 전남 목포시 만호동 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이 차질없는 도시재생사업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2019.1.21 연합뉴스
21일 오전 전남 목포시 만호동 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이 차질없는 도시재생사업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2019.1.21 연합뉴스
“목포가 일주일째 전국 톱뉴스여. 1971년 김대중 선생이 대선 출마한 이래 처음이랑께….”

21일 낮 12시 전남 목포시 만호동 문화재거리. 원도심 주민 40여명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주민들은 ‘무분별한 언론보도가 이 동네를 또 죽인다’는 펼침막을 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달아오른 손혜원 논란의 불똥이 목포도심재생 사업으로 옮겨붙는 것을 걱정하며 “썰렁한 원도심 상황과 역사적 가치도 취재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혜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카페의 유리창에는 격려쪽지 15장이 붙어 있었다. 골목 안쪽에는 집중 보도로 유명해진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의 작은 간판이 보였다. 해안에서 300m쯤 떨어진 골목을 찾은 방문객들은 철문이 잠긴 창성장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기도 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의 조카인 손소영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밖에 손혜원 의원을 응원하는 쪽지들이 붙어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의 조카인 손소영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밖에 손혜원 의원을 응원하는 쪽지들이 붙어있다.
만호동 주민자치위원 최완수(51)씨는 “투기 의혹으로 시작해서 여당과 야당, 손혜원 의원과 박지원 의원이 입씨름을 하면서 자꾸 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뉴욕에 사는 친구한테도 카톡이 왔다. ‘목포가 유명해져 좋긴 한데 외부 다툼에 우리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전해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문화재거리에서 만난 50~60대 원주민들은 손 의원을 감싸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도심재생을 막 시작했는데 걱정스럽다. 원도심을 계획대로 살려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단체 목포포럼도 이날 “소모적인 정쟁과 논쟁을 그쳐 달라”고 촉구했다.

목포 도심의 한 상점 앞에 놓인 손팻말들. 최근 손혜원 민주당 의원 관련 논란이 목포 구도심의 재생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들이 담겼다.
목포 도심의 한 상점 앞에 놓인 손팻말들. 최근 손혜원 민주당 의원 관련 논란이 목포 구도심의 재생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들이 담겼다.
하지만 일주일 사이 손 의원을 비판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매입 규모가 9채에서 20여채로 늘어났고,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뒤늦게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생중계된 탈당 기자회견 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대동한 모습도 입길에 올랐다. 젊은층일수록, 신도심 주민일수록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정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대응했겠느냐며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20대 김아무개씨는 “한두 채도 아니고 20채가 넘는다면 더 할 말 없지 않으냐. 사도 너무 많이 샀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었다는 40대 식당 주인 박아무개씨는 “선의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서민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안영제 극단 갯돌 기획실장은 “특정인이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고팔고 하면서 결국 땅값이 올랐다. 기존에 있던 문화단체마저 버티지 못하고 떠나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문제는 ‘의도’가 아니라 ‘행동’과 ‘결과’”라고 강조했다.

신분과 지위에 걸맞은 행동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목포시 공무원은 “의원이 조카나 지인의 집을 사면서 통장을 동원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공인중개사 김아무개(62)씨는 “시기도 문제지만 매입한 집과 땅의 위치를 뜯어보면 역사문화공간 구역을 사전에 알고 산 듯한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목포/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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