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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서 사라진 고니떼야, 어디로 간 ‘고니’?

등록 2019-01-28 05:00수정 2019-01-28 13:40

현장 l ‘고니’ 사라진 낙동강 하구
‘국내 최대 도래지’ 무색하게…
겨울 나러 찾는 큰고니 등 급감
10년새 ‘9000→3900마리’로 줄고
먹이 많은 곳에서 자취 감추기도

“고니는 경계심 많아…다 사람 때문”
“대저·엄궁대교 등 각종 개발사업
하구 생태계 파괴…즉각 철회해야”
부산시 “교통량 증가해 불가피”

27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근처 낙동강에 있는 고니 등 철새 모습.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27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근처 낙동강에 있는 고니 등 철새 모습.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부아아아.”

갑작스러운 굉음에 먹잇감을 찾아 물속에 머리를 박고 있던 고니들이 일제히 고개를 쳐들었다. 날갯깃에 머리를 묻고 쉬던 큰고니들도 화들짝 놀라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하늘로 날아가려는 듯 홰를 치는 고니도 보였다. 27일 오전 낙동강 하류인 부산 강서구 대저1동 대저생태공원 남단에서 벌어진 상황이었다. 굉음의 주인은 화명생태공원 보트계류장에서 출발한 모터보트였다.

현장에 동행한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철새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놓은 곳에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니 다른 곳은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큰고니는 10월 시베리아에서 겨울을 나러 한반도 남단으로 날아온 뒤 이듬해 2월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보호종으로 낙동강 하류가 주 서식처다. 박 위원장은 “우리나라를 찾는 고니류 70% 이상이 낙동강 하구에 온다. 한때 이곳에서도 한달 평균 큰고니 500여마리가 관찰됐지만 점점 줄어들다가 최근 2년 동안에는 200여마리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27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근처 낙동강에 있는 고니 등 철새 모습.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27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근처 낙동강에 있는 고니 등 철새 모습.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또다른 고니 군락지인 강서구 대저2동 맥도생태공원 남단의 준설토 적치장 부근도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강 쪽으로 향하는 산책길은 철새 보호를 위해 막혀 있었지만 고니는 눈에 띄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여기도 새섬매자기(습지에 있는 여러해살이풀) 등 먹잇감이 풍부해 매달 고니가 50마리 이상 관찰되던 곳인데, 최근 모조리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인근을 둘러보니 강으로 이어지는 갈대숲 주변에 차량 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낚시꾼도 여럿 보였다. 박 위원장은 “다 사람 때문이다. 고니는 경계심이 많아 소음이나 진동이 심한 곳엔 가지 않는다. 낙동강에서 고니가 살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낙동대교 등 대형 다리 주변에서는 고니를 전혀 볼 수 없었다.

27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아미산전망대에서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낙동강 하류에 모인 고니를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김영동 기자
27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아미산전망대에서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낙동강 하류에 모인 고니를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김영동 기자
철새가 많이 모이는 강서구 명지동 남명초등학교 근처 개펄에도 고니는 2~3마리만 눈에 띄었다. 사하구 다대동 아미산전망대에서는 ‘맹금머리등’ 주변에서만 얼마 안 되는 고니를 관찰할 수 있었다.

습지와새들의친구가 2004년부터 집계한 겨울철(10월~3월) 낙동강 하구 조류 현황 자료를 보면, 해마다 찾는 고니 수는 2005~2006년 9000여마리에서 2017~2018년 3900여마리로 감소했다. 고니의 개체수는 초겨울인 12월 최대치에 이르는데 2011년에 4200여마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최근 급감하고 있다. 2017년은 1500여마리에 불과했고, 2018년도 1000마리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박 위원장은 “각종 개발 사업으로 하구 생태계가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산시는 낙동강에 추진하고 있는 다리 건설 등 개발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7일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개펄 모습. 고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김영동 기자
27일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개펄 모습. 고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김영동 기자
부산시는 낙동강 하구에 대저·엄궁대교를 추가로 건설하고 요트 계류장 3곳도 신설할 계획이다. 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낙동강을 오가는 하루 평균 교통량이 56만대나 된다. 부산 신항만의 물동량 증가로 교통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지금의 다리 3개(낙동·구포대교, 하굿둑)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조만간 환경단체 등과 협의해 교량 건설이 철새 도래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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