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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전남 담양 남면, 문인 정철 기리는 ‘가사문학면’ 됐다

등록 2019-02-14 07:38수정 2019-02-14 21:35

천편일률적인 동·서·남·북면 고치기 물결
영월군 서면→한반도면, 인천 남구→미추홀구
지역 역사와 지형·특성 살린 이름들로 바뀌어
“전국에 ‘남면’이 15곳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당께.”

전남 담양군민 정범택(81)씨는 “면 이름을 바꾼다 해서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앞장을 섰다”고 13일 말했다. 그는 담양군 남면 지석리 토박이다. 송강 정철의 후손인 그는 마을과 조상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지만, 마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리자는 이장단과 청년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남면뿐 아니라 군남·정남·남일·남이면 등 유사한 지역 이름이 숱하게 많다”는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

풀뿌리 행정구역인 ‘면’(面)이 이름을 바꾸는 등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천편일률적인 동·서·남·북면은 이제 그만”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들이 참여의 통로이자 생활 공동체인 면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전국 시·군에는 방위를 기초로 붙여진 면 이름이 수십 개에 이른다. 남면은 15곳, 북면과 서면은 9곳씩, 동면은 6곳이다. 북일·북이·북상·북하 등 방향과 위치를 결합한 면 이름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면이 있는 전국의 시·군 현황
남면이 있는 전국의 시·군 현황
담양군에선 지난해 12월 주민투표를 통해서 ‘남면’을 ‘가사문학면’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 ‘사미인곡’ 등 가사 18편의 산실인 지역의 특성을 반영했다. 처음엔 익숙한 이름을 두고 ‘뭐 하러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는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주민투표에서 72%가 찬성해 새 이름이 정해지자 이번에는 이름에 대해 ‘너무 길다’ ‘부르기 어렵다’ ‘헷갈린다’ 등 뒷말이 나왔다. 정선미 남면 면장은 “오는 19일 선포식을 열고 새 이름을 쓰게 된다. 표지판 시설물을 교체하는 데 1천만원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겨울올림픽 개최지였던 평창군은 2007년 일찌감치 ‘도암면’을 ‘대관령면’으로 바꿔 개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영월군도 ‘서면’을 지형의 특색을 살려 ‘한반도면’으로, 김삿갓의 생가와 묘지가 있는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바꾸면서 유명세를 탔다. 영월군 쪽은 “면 이름을 특색있게 바꾼 뒤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축제나 판매 때 큰 도움이 된다. 주민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시에선 지난해 7월 ‘남구’를 ‘미추홀구’로 변경했다. 도시가 커지면서 방위와 맞지 않아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미추홀은 인천 발상지인 문학산 일대를 일컫는 옛 지명이다.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충주시 ‘이류면’은 ‘대소원면’이 됐다. 울진군의 ‘서면’은 ‘금강송면’, ‘원남면’은 ‘매화면’으로 바뀌었고, 정선군의 ‘동면’은 ‘화암면’, ‘북면’은 ‘여량면’으로 재탄생했다. 또 포항시 대보면이 ‘호미곶면’, 고령군 고령읍이 ‘대가야읍’,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이 ‘남한산성면’, 영월 수주면이 ‘무릉도원면’으로 바뀐 것은 관광 활성화를 노린 사례로 꼽힌다.

군산시에서도 면 이름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1914년 붙여진 서수면(瑞穗面)에 일제의 농업 침탈 의도가 녹아 있는 만큼 3·1운동 100돌 이전에 바꿀 태세다. 주민들은 “서수는 ‘싱싱한 벼 이삭’이란 뜻이다. 이곳에서 농민항쟁이 있었던 역사를 고려해 ‘항쟁면’, 용 관련 전설이 많아 ‘용전면’ 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화순군은 내년 1월까지 ‘동·남·북면, 이서면’ 등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군은 28일까지 새 이름의 후보군을 정해 설문조사를 한 뒤 주민 투표와 조례 개정 등을 추진한다.

안관옥 박수혁 박임근 이정하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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