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등 첨단 무기를 만드는 한화 공장에서 9개월 만에 또 폭발 사고가 일어나 3명이 숨졌다. 이 공장에선 지난해 5월에도 비슷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바 있다.
14일 오전 8시42분께 대전시 유성구 외삼동에 있는 방위산업체인 한화대전사업장의 70동 ‘추진체 이형공실’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김아무개(26)씨와 다른 김아무개(26)씨, 또다른 김아무개(34)씨 등 3명이 숨졌다. 한화대전사업장 70동은 다연장 로켓(다중발사 로켓)인 천무 등 공격용 첨단 무기의 발사 추진제를 만드는 곳이다. 이 공장은 국내의 대표적인 무기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원 바로 옆에 있다.
대전시 소방본부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등 장비 54대와 소방관 156명을 동원해 오전 9시25분께 공장 건물과 인근 야산의 불길을 잡았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사고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형공실은 성형한 추진체에서 공간을 만드는 금형인 코어를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4개의 추진체 가운데 오른쪽 뒤의 추진체 코어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 중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했다고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폭발 사고가 난 70동 공장은 정문에서 수백m를 들어간 산속에 있다. 이 건물은 길이 200m, 너비 80m, 높이 10m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안에 작업실 수십 개가 있고, 작업실마다 추진체를 드나들 수 있게 만든 대형 출입문이 달려 있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콘크리트 내부는 폭발 열기에 그을려 검어졌고, 계단식 작업대와 약 2m 높이의 추진체 성형 틀이 나뒹굴고 있었다. 출입문 밖에 설치된 가림막이 불타고 휘어진 채 산등성이에 걸쳐 있어, 이번 폭발의 위력을 짐작하게 했다”고 전했다. 한 경찰관은 “옆 작업실에는 완성된 로켓이 있었고, 다른 작업실에도 로켓이 보관돼 있었다. 각 작업실이 견고한 방호벽으로 나뉘어 있어 연쇄 폭발을 면했다”고 덧붙였다.
한화대전사업장의 관계자는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 직원들이 업무에 앞서 작업 준비를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 국방부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51동 사고 이후 직원들에게 방염복을 지급하고 안전 담당 조직을 설치하는 등 안전을 강화했는데 또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옥경석 한화 대표이사는 “현장 대응팀을 꾸려 사고 수습과 원인 파악을 하고 있다. 사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화대전사업장에서는 9개월 전인 지난해 5월29일에도 로켓, 어뢰, 포탄 등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는 공장에서 사고가 나 5명이 죽고 4명이 다쳤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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