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의 첫 여성 조종사인 김형경 경위. 사진 해양경찰교육원 제공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이 해난사고 때 초동조처를 하는 데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형경(37) 경위는 해양경찰의 첫 여성 조종사다. 그는 해양경찰교육원 수료를 하루 앞둔 21일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수료 이후 서해해경청 무안항공대에 배치돼 고정익항공기를 탄다. 비행경력 500시간의 신참이지만, 터보프롭과 제트엔진을 두루 다룰 수 있다. 그는 “대부분 현장에 속도가 빠른 항공기가 가장 먼저 도착한다. 즉시 인명과 선박의 상황을 파악하고, 출동한 헬기와 함정 등의 협업을 유도하는 임무를 열심히 배우겠다”고 전했다.
인천 출신인 그는 2004년 간호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10년 동안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수술팀에서 근무했다. 2013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수술실 의료통역으로 일했다. 비싼 숙식비를 보충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따냈다. 늘 조종사를 꿈꿨던 그는 일본의 비행학교를 알아봤지만 4억원대의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절반 수준인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이듬해 샌디에이고의 비행학교로 떠났다. 이번엔 영어의 장벽이 막아섰다. “처음에는 정말 하이, 헬로우 수준이었어요. 비행훈련 때 용어들이 너무 낯설어 적응하기 힘들었죠. 관제탑과 교신이 잘못되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니 외우고 또 외우는 수밖에요.”
그런 노력 덕분에 그는 2년만에 자격증을 따냈다. 자칫 재시험이라도 치르게 되면 돌아오는 비행기표조차 사기 어려운 처지여서 이를 악물고 매달렸다며 그는 웃었다.
2017년 귀국한 그는 김포공항의 시뮬레이터 교육기관에서 교관으로 일했다. 그러다 제복을 선망했던 그는 이번엔 바다를 지키는 해경에 도전했다. 가족들이 반대했지만 그는 ‘누구하고나 잘 사귀고 어떤 난관도 부닥쳐보는 기질에 맞는다’고 자신했다. 마음을 굳힌 그는 수상보트 조종면허와 1종대형 운전면허를 따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서해해경청 무안항공대 소속 김형경 경위. 해양경찰교육원 제공
그는 지난해 11월 마침내 항공경위로 특채됐다. 그뒤 3개월동안 여수의 교육원에서 해상경비와 해난구조 등 기본교육을 받아왔다. 그는 “무엇인가 간절하게 원하면 반드시 이뤄진다. 무모해보이는 도전이었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다. 안전한 바다를 만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업무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