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군락이 아름다운 신안의 가거도 전남도청 제공
전남 완도에서 뱃길로 40분 걸리는 소안도 미라리에는 멋진 해안숲이 숨어 있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이 상록수림에는 아름드리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등 24종의 나무 776그루가 자란다. 바람을 막아주고 마을을 보호하는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다.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정초에는 이곳에서 풍어와 평안을 기원하는 동제를 올린다.
‘자연 명품’인 섬 숲을 관광자원으로 가꾸는 사업이 시작됐다. 전남도는 26일 “섬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당숲·어부림·방풍림 등을 활용해 관광객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는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섬의날 행사, 신안 천사대교 개통, 고흥~여수 연도교 건설 등 호재가 많다. 국민이 섬을 찾아 휴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도는 2020년부터 10년 동안 남해안 섬 곳곳에 바다와 나무가 어우러진 명품 숲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8000만원을 들여 ‘서남해안 관광벨트 경관숲 조성’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오는 5월까지 사업의 명칭·대상·예산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8월쯤 기본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소안도처럼 자생한 나무가 군락을 이룬 박지도 당숲, 여서도 후박나무, 생일도 소사나무, 금오도 동백나무, 관매도 해송 등을 본보기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남해안 섬의 산림보호단체였던 송계·목계·산계의 존재를 발굴해 숲 조성 사업과 연계하기로 했다. 조림에 활용할 수종은 난대지역에서 잘 자라는 구실잣밤나무, 사스레피나무, 보리밥나무, 후박나무, 가시나무, 생달나무, 광나무 등이다.
도 산림보전과 강현철씨는 “우선 비금도, 가우도, 외달도 등 섬 41곳의 자연과 나무를 조사하고, 생태적으로 무리가 없도록 대상 섬의 기후·지리적 조건을 고려해 경관 숲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전남섬발전지원센터 윤미숙 현장팀장도 “바닷가에 숲을 조성하는 계획은 신중하게 세워야 한다. 거제 외도처럼 외래종을 이식하면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거제 지심도 동백이나 진도 관매도 해송처럼 자연에 녹아든 풍경을 가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