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시민 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 행사가 열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00년 전 ‘그날’처럼, 1일 전국 곳곳에서는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함성이 울려 퍼졌다. 독립된 조국에서 시민들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민중이 중심이 돼 일제에 항거한 3·1운동의 뜻과 정신을 기렸다.
정부의 3·1운동 100돌 기념식은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정부의 기념식이 세종문화회관 등 실내가 아니라 실외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화문광장 주변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 건물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 하나의 거대한 ‘태극기 광장’이 됐다. 수만명의 시민들이 태극기를 손에 쥐고 광화문과 서울광장 일대를 가득 메웠다.
서울시의 3·1운동 100주년 공식 기념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유관순 열사의 모교 후배인 이화여고 재학생·졸업생 300여명은 대형 태극기를 들고 중구 정동 교정을 출발해 서울광장~광화문광장을 행진했다. 서울광장에 모인 3천여명의 시민과 국립합창단, 서울대 오케스트라는 스코틀랜드 민요인 ‘올드 랭 사인’ 버전의 애국가와 3·1절 노래, 압록강 행진곡, 독립군가 등을 목놓아 불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대에 올라 “오늘 오후 2시로 서울시가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100년 전 오늘 오후 2시에 만세 소리가 처음 울려 퍼졌기 때문”이라며 “대한독립 만세”를 선창했다. 3천여명의 시민과 독립유공자 후손은 물론,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던 박근혜석방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들도 이를 듣고 “대한독립 만세”를 따라 외치기도 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100년 대합창’ 행사. 채윤태 기자
이날 1938년 일제의 덕수궁 공원화 계획에 따라 강제 이전됐던 덕수궁 광명문이 제자리를 찾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2016년 광명문 터를 발굴하고 이전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이날 제자리로 돌아온 광명문의 준공식이 열린 것이다.
100년 전 3·1운동이 서울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퍼진 것처럼 이날도 전국 곳곳에서 “대한독립 만세”가 울려 퍼졌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시민 2300여명이 모여 ‘대한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태극기를 흔들며 화성행궁 일대를 행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추모제’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최근 돌아가신 김정분 할머니 등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광화문광장∼서울광장에서 열린 각종 3·1절 행사를 지켜보는 시민들. ♣H6ㄴ채윤태 기자
광주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일대에선 100년 전 일제에 항거했던 시위를 재현하는 독립 만세 행진이 펼쳐졌다. 이날 행진에는 친일 잔재 청산과 평화 통일 실현을 바라는 시민과 학생 3천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친일·분단 적폐 철폐하자’, ‘민족자주 쟁취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또 <독립신문>을 뿌리고, ‘독립군가’를 부르며 금남로 쪽으로 전진했다. 일본군 분장을 한 30여명은 이들 앞을 막아선 뒤 총성을 울리며 진압을 시도하는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시민 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 행사가 열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투쟁의 성지’로 손꼽히는 충청지역 곳곳에서는 3·1 만세운동이 재현됐다.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선 독립유공자, 광복회원, 시민 등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립선언서 낭독, 독립유공자 표창 등이 이어졌다. 대전 중앙과학관에선 대전 3·1 만세운동이 펼쳐졌다.
대구·경북과 강원 지역에서도 기념행사가 이어졌다. 대구에서는 시민 4500여명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달성공원, 대구제일교회, 보현사에서 각각 출발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까지 1.5~2.7㎞를 행진했다.
채윤태 안관옥 홍용덕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