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됐던 양금덕(89) 할머니.
일제강점기 때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던 피해자들이 배상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국 자산을 강제집행하는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4일 성명을 내고 “미쓰비시 쪽이 교섭에 응하지 않아 이른 시일 내에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상표·특허 등 자산을 압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압류 절차 진행에는 시민모임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 변호단(이상갑·김정희 변호사), 미쓰비시 히로시마 징용 피해자 소송 변호단(최봉태·김세은 변호사),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가 참여한다.
피해자 소송 변호단은 먼저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에 보유중인 770여 건의 특허권 가운데 10여 건의 특허권에 서울중앙지법에 압류 신청을 낼 방침이다. 피해자 소송 변호단 김정희 변호사는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확정 판결에 써 있는 내용을 만족시키기 위해 압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허권을 압류한다는 것은 제3자에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법적 절차다. 소송 변호인단은 이어 압류한 특허권을 경매해 돈으로 찾는 환가 절차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 2부는 지난 해 11월 29일 양금덕(89)씨 등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에게 미쓰비시중공업이 1인당 1억~1억5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또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정창희(96)씨와 피해자 4명의 유족이 낸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 5명에게 미쓰비시중공업이 8천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도 확정됐다.
일제강점기였던 1944~45년 10대 초·중반의 소녀들이 군수공장으로 끌려가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시민모임 제공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온 뒤에도 손해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피해자 소송 변호인단은 지난 1월 18일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 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2월 말까지 판결 이행을 협의하기 위한 교섭을 요구했고 지난 달에는 일부 원고들이 직접 도쿄를 방문해 미쓰비시 쪽의 성의있는 답변을 촉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시민모임 쪽은 “미쓰비시 측이 판결 이행을 거부하는 사이 고령인 원고들이 잇따라별세하고 있다”며 “미쓰비시 측은 지난달까지도 교섭 요청에 응하지 않아 어렵게 주어진 화해의 기회도 스스로 저버려서 확정판결을 근거로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가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95)씨 등 2명은 지난 해 12월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이 합작한 피엔알(PNR)의 주식 8만1075주 압류 신청서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제출한 바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