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시장 상인과 주민, 대전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꾸려진 100년 전통 유성5일장·유성시장 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가 13일 오후 대전시청 앞에서 유성시장·유성5일장 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인걸 기자
대전시가 고층 아파트를 짓는 유성장터 재개발사업에 시유지 사용을 동의해 줘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유성장터가 을미의병 거병지이자 3.1운동 만세장터인 만큼 시유지 동의를 철회하고 보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100년 전통 유성5일장·유성시장 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는 지난 5일 장대 비(B)구역 추진위원회에 ‘재개발 추진구역 안 시유지 동의’ 공문을 보냈다. 이는 대전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은 물론 조합설립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개발을 밀어붙이는 추진위원회에 힘을 보태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성시장·유성5일장터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결성된 을미의병 거병지이고, 100년 전인 1919년 3.1만세 운동을 벌인 항일 유적지다. 이 때문에 지역 사회에선 대전의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대책위는 “대전시가 시유지 사용에 동의한 것은 시민이 아니라 47층짜리 3천 세대 아파트 단지를 짓는 개발업자를 위한 행정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정기 주민대책위 상임위원장은 “유성시장·유성장터는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대전 100년의 삶과 숨결이 스민 소중한 시민 자산이자 1500여 상인과 유성 주변 지역민의 생존 터”라며 “유성장터는 아파트가 아닌 전통시장과 5일장, 역사와 전통,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곳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시장 상인들이 13일 시장 입구에 재개발 반대 펼침막을 내걸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대B구역 재개발 해제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장대 비(B)구역 재개발 추진위는 지난달 주민총회를 열고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했으나 유성구청은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3 이상, 토지면적의 2분의1 이상 동의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반려했다. 주민대책위 쪽은 전체 사업면적은 약 9만7213㎡이며 개발을 원하는 토지소유자는 75%(면적은 32%), 개발에 반대하는 토지소유자는 25%(면적은 33%)라고 집계했다. 시유지는 사업면적의 약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전시는 장대 비(B)구역의 시유지는 모두 55필지이며, 도로 52필지(1만1800㎡)에 대해 동의했고, 하천부지 2필지는 협의 중이며, 대지 1필지(81㎡) 한 곳은 사유지 동의 요건부터 충족하라는 취지에서 반려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장대 비(B)구역에 역사적으로 보전 가치가 있는 유성장터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며 “시가 재개발을 위한 구획으로 지정한 곳은 개발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게 관례”라고 해명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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