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는 개인이 키우던 개 100마리를 떠안아 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신아무개(78)씨는 부인(77)과 단둘이 경남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1층 단독주택에 살면서 적적함을 달래려고 10여년 전부터 암수 1마리씩 개 2마리를 키웠다. 잡종견이었지만 자식처럼 정성껏 돌봤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릿수가 계속 늘어 개는 100마리까지 불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될 만큼 어려운 형편이라 사료를 사서 먹이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신씨 부부는 매일 재래시장에서 생선 부산물을 얻어와 쌀과 함께 끓여 먹였다. 하지만 최근 부부 모두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만큼 건강이 나빠지면서 더는 개를 키울 수 없게 됐고, 결국 통영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달 17일 통영시 반려동물복지팀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신씨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집 안에 들어서자, 개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낯선 사람을 경계했고 귀청이 찢어지도록 짖어댔다. 신씨 집을 방문했던 통영시 직원은 “1층 단독주택 건물 안에 개들을 풀어서 키우고 있었다. 실내는 개들로 가득 차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런데도 개들이 모두 건강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가 관리하고 있는 개 100마리의 모습. 통영시 제공
신씨 부부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 개를 모두 통영시에 넘겼다. 통영시는 이 개들을 도산면의 유기동물 위탁관리소와 임시보호소로 지난달 24~25일 옮겼다. 통영시는 개 100마리를 모두 분양하기로 결정하고, 읍면동장 회의를 열어 1마을 1마리 입양 운동까지 추진했지만 13일 현재 강아지 15마리만 분양됐고, 어미개 85마리는 그대로다. 어미개들은 덩치가 크지는 않지만 잡종견인데다 성질이 사나워, 분양받으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유기동물 분양공고를 내고 보름 안에 주인이나 입양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킬 수 있다.
통영시 반려동물복지팀 담당자는 “하루하루 부담이 늘어나지만, 다음달 말까지는 계속 관리하며 분양희망자를 찾을 방침이다. 이후에도 분양되지 않는 개가 있다면 수의사협회·애견협회 등과 협의해 처리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055)650-6251~2.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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