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2월12일 베트남 퐁니 퐁넛 마을의 비극을 미군 해병 본 상병이 촬영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오월 광주와 닮은꼴, 퐁니·퐁넛 마을의 비극을 아시나요?”
‘한마을 이야기 퐁니·퐁넛-고경태 기록전’은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을 고발하는 전시회다. 다음달 3일부터 30일까지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서 퐁니·퐁넛 민간인 학살 현장 사진들과 생존자·유가족들의 삶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된다.
퐁니·퐁넛 마을의 비극은 베트남에 참전했던 미군 해병 본 상병이 찍은 사진들 때문에 알려질 수 있었다. 본 상병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작은 마을 퐁니·퐁넛에서 벌어진 학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뒀다. 본 상병이 찍었던 사진은 한동안 봉인돼 있다가, 2000년 6월1일 기밀해제됐다. 총에 맞은 여자와 아이, 볏짚에 가려진 채 도랑에서 숨져서 발견된 주민 등을 담은 몇장의 사진은 야만의 증거였다. 민간인 70여명이 숨졌지만, 한국군 어느 부대가 학살했는지 등 진상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한마을 이야기 퐁니·퐁넛-고경태 기록전’ 홍보물.
<한겨레21> 기자였던 고경태 한베평화재단 이사는 2000년 이후 퐁니·퐁넛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을 추적한 기록자다. 그는 본 상병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입수한 뒤 현장으로 달려가 사진을 찍고 유족 증언을 기록했다. 고경태 이사는 “2000년 퐁니·퐁넛 사진을 처음 입수했을 때 대학 시절 보았던 80년 5월 광주의 사진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전시회 기획자 서해성(소설가)씨는 “퐁니와 퐁넛은 조금 나중에 쓰러진 노근리였고, 오월 광주는 조금 늦게 쓰러진 퐁니·퐁넛이었을 따름”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기록전은 가해의 역사를 기억하고 반성하는 성찰의 자리다. 다음달 3일 오후 3시 오픈 행사엔 퐁니·퐁넛 사건 당시 8살이었던 생존자 등 베트남 주민 2명이 참석해 ‘그 날’을 증언한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5·18과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피해자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이번 전시가 부끄러운 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62)360-0531.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