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해경이 바닷속에서 72정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 사진은 영상탐사 장비를 통해 확인된 72정 추정 선박의 모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속초해경 60t급 경비정인 ‘72정’은 1980년 1월23일 새벽 5시20분께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동쪽 2.5마일 해상에서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중 침몰했다. 기상 불량과 항해 장비 고장 등에 따른 항로 착오로 200t급 다른 경비정인 207함과 충돌하면서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경찰관 9명과 전투경찰 8명 등 승조원 17명 전원이 순직했다. 사고 직후 한 달 동안 해경과 해군 함정, 수산청 지도선, 어선 등 200여척이 사고 해역 반경 80㎞를 수색했지만, 구명뗏목(구명보트) 등 유실물만 인양한 채 실종자는 한명도 찾지 못했다.
사고 이후 유족들은 지난 39년 동안 줄기차게 진상조사와 선박 인양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해경은 순직자에 대한 예우가 완료됐고, 인양은 어렵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그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72정에 대한 질의에 대해 “(탐색과 인양은)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38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가족들의 아픔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면서 72정 탐색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39년 전인 1980년 1월 강원 고성군 거진 앞바다에서 침몰해 실종된 속초해경 72정의 승조원들.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제공
침몰 뒤 39년 만에 72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백학선 속초해양경찰서장은 2일 경찰서 대강당에서 열린 72정 탐색 경과 중간 설명회에서 “침몰 추정 지점에서 북쪽으로 643m 떨어진 수심 105m 지점에서 해경 72정으로 추정되는 선체 모습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백 서장은 “많은 폐그물이 덮여 있어 접근이나 확인이 쉽지 않았지만 함미의 둥근 형태를 한 포 거치대와 하부 가림막, 엔진 덮개 등이 72정과 비슷하다. 선체는 해저 면에 거의 바로 놓여 있는 상태로 크기(길이 24m, 너비 5m)도 같다”고 설명했다.
속초해경이 39년 동안 바닷속에 방치돼 있던 72정 찾기에 사실상 성공하면서, 인양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우선 폐그물 탓에 확인하지 못한 선체의 다른 부분에 대한 보다 정밀한 확인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72정이라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이후 계획을 세워 인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지난 1월부터 전문가들로 꾸린 탐색기술자문회의를 개최하는 등 탐색작업을 준비해왔다. 그리고 지난달 4일부터 27일까지 72정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중심으로 4.8㎞ 반경 해역에서 해경 잠수지원함(1200t급)을 투입해 1차 탐색을 벌였다. 이어 지난달 28일부터는 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조사선인 이어도호(357t)를 투입해 해경 잠수지원함이 파악한 40여개 의심 지점을 대상으로 2차 확인 작업을 벌인 끝에 72정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
유족들은 경비정을 조속히 인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병주 유족회장은 “40년 가까이 탐색할 엄두를 내지 못하다 이번 탐색이 시작된 건 세월호 영향이 크다. 72정 순직자들은 유골이 없어 지금까지도 현충원에 안장되지도 못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고인들을 위해 배 인양은 당연한 조처”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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