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 개발 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등이 만든 매봉근린공원 아파트 단지 예상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오른쪽 앞 건물)을 감싸듯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매봉산 개발 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추진돼온 대전 매봉근린공원 민간특례개발사업이 백지화됐다.
15일 대전시는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최근 매봉근린공원 개발행위 특례사업 비공원시설 결정 및 경관 상세계획안을 심의해 부결했다고 밝혔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사업 대상지의 생태환경과 임상이 양호해 보존 필요성이 있고,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면 연구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부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토지주들의 피해 대책을 대전시와 국가가 조속히 마련하라고 건의했다. 도시계획위는 지난달 22일 회의를 열어 중앙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의견, 현장 답사 뒤 심의하기로 한 바 있다.
매봉파크피에프브이㈜는 유성구 가정동 산 8-20번지 일대 대덕특구 전자통신연구원 옆 매봉산 35만4906㎡ 가운데 6만4864㎡에 2020년까지 2263억원을 들여 8~12층 규모의 아파트 436세대를 짓는 사업안을 추진해 왔다.
매봉근린공원에 민간특례사업으로 지어질 예정이던 아파트 단지 평면도,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최근 이 계획안을 부결했다. 대전시 제공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매봉산 개발 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등은 “연구단지의 허파, 매봉산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도시 녹지공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 얼마 남지 않은 숲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는 도시를 명품이라고 부르며 자부심을 느낄 사람은 없다. 특히 매봉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바로 옆 녹지공간을 훼손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것이어서 추진됐다면 연구환경을 악화하고 대덕특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단체는 “대전시는 국토교통부의 ‘장기 미집행공원 지방채 이자지원사업’도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신청하지 않았다. 대전시가 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해 원칙 없이 민간특례사업계획을 받는 바람에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위원장은 “매봉근린공원은 사유지 대부분이 시유지에 둘러싸인 맹지이고, 연구개발특구법에 따라 관리·보전이 가능해 민간특례사업을 하지 않아도 공원을 유지할 수 있다”며 “대전시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매봉근린공원의 사유지 면적이 98%에 달해 막개발을 막을 대안은 민간특례사업밖에 없다는 식으로 호도했다. 시는 민간특례사업이 추진 중인 공원들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는 11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한 매입 예산(녹지 지금) 2522억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민간업체가 관심을 갖는 월평공원(도솔산) 일대 및 매봉근린공원 등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밝혔다. 시는 월평공원, 매봉근린공원 등을 매입할 경우, 지난해 땅값을 기준으로 매봉근린공원 630억원, 월평공원 갈마지구 906억원, 월평공원 정림지구는 33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철웅 대전시 환경녹지국장은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5월 말까지 월평공원 등 민간특례사업안이 제출된 4개 공원에 대해 심의해 가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월평공원은 도시계획위원들이 사업 백지화를 권고한 공론화 결과도 참고할 것”이라며 “도계위의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안이 부결되면 시가 해당 공원의 사유지를 사들이는 방안 등 토지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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