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지난 2016년 9월 충남 부여문화원 전시실에서 기자들에게 기증한 유물을 설명하고 있다. 부여군 제공
우리나라 근현대기에 서예로 일가를 이룬 형제가 사후 고향에서 작품으로 재회한다. 이번 전시회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부여군에 기증한 작품으로 열리는 5번째 전시다.
충남 부여군은 7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부여문화원에서 백하 김기문(1906~1988)과 원곡 김기승(1909~2000) 형제 작품전시회를 연다고 5일 밝혔다. 형인 백하 김기문은 신익선 선생을 스승으로 한학과 서예를 배우고, 일본 와세다대학 경제학부에서 유학했다. 이익을 취하는 대신 수양으로 서예를 해, 초서와 옛 와당의 전서체 글씨가 당대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동생인 원곡 김기승은 할아버지인 연당 김동효 선생에게 한학을 배우며 붓을 들었다. 그는 중국 상하이 중국공학대학에서 유학하며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을 했다. 그는 국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지냈으며, 힘찬 운필이 돋보이는 원곡체를 창안했다.
우리나라 근현대 서예사의 한 축을 이룬 백하 김기문의 ‘진한종정문’ 작품. 부여군 제공
이번 전시회에는 백하의 초서 10폭 병풍 <무이구곡가>, 전서 8폭 병풍 <진한종정문>, <고금영련휘각>, 원곡의 행서 8폭 병풍 <퇴계선생 시>, <서기집문>, <우현보덕> 등 30여점이 선뵌다. 이동국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백하·원곡 형제는 근현대 우리나라 서예단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사후에 고향에서 형 백하 김기문과 함께 작품전을 갖는 서예가 원곡 김기승이 부채에 쓴 맹자 작품. 부여군 제공
앞서 2006년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에 휴휴당을 짓고 부여로 이주했다. 유 교수는 지난 2016년 `제2의 고향’ 부여군에 자신이 소장한 서화 400여점, 도서 8천여점을 기증했다. 이번 행사는 유 교수의 기증품을 주제별로 정리해 여는 다섯번째 전시회다. 이와 함께 그는 2009년부터 해마다 4차례 부여의 주요 문화 유적지를 탐방하는 ‘유홍준과 함께 하는 부여답사’를 열고 있다.
유홍준 교수는 “백하와 원곡의 작품전시회가 부여에서 열린 적은 없었다. 형제지만 각각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한 두 분의 작품이 사후에나마 고향의 한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041)835-3318.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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