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교육감이 10일 오전 공주 신월초에서 학교 텃밭을 가꾸는 아이들을 칭찬하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충남교육청 제공
“이름은 쑥쑥이예요. 뿌리가 부드럽고 촉촉해요.”
지난 10일 오전 충남 공주시 신관동 신월초등학교에서 임태윤(12·5학년)양은 김지철 충남교육감에게 동생이라며 학교 텃밭의 상추 한 포기를 소개했다. “잘 자라라” 김 교육감이 미소 지으며 쑥쑥이에게 인사했다. 태윤이와 같은 반 친구 서정이는 “쑥쑥이에게 노래 불러 주겠다”며 모종삽을 마이크처럼 잡았다.
이날 이 학교 아이들은 봄 작물을 심었다. 농장을 경영하는 조민형 농어민 명예교사가 작물의 특성과 심는 방법을 알려주면 모종을 받아 학교 텃밭 5곳에 나눠 심었다. 김 교육감과 상희구 교장이 고사리손에 상추, 가지, 방울토마토, 호박, 고추 등 18가지 채소와 나물 모종을 건넸다.
학교 텃밭은 충남교육청의 생태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2016년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자연의 힘과 생명의 소중함, 땅의 정직함을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다. 충남교육청 공정희 장학사는 “시·군에 있는 학교 아이들은 농사 경험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중소도시의 아파트 주거지역의 아이들은 흙을 만질 기회도 없어 생태환경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 텃밭을 가꾼 신월초등학교도 공주의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인 월송지구 한가운데 있어 유치원 포함 44개 학급에 1170여명이 재학한다.
충남교육청의 학교 텃밭은 올해 258개 학교에서 학생 2만7230명이 참여했다. 농사 경험이 풍부한 학부모와 생태농장을 운영하는 농민 등 103명이 명예교사로 나섰다. 명예교사들은 1명이 3~5개 학교를 맡아 정식, 생육, 수확을 지도한다. 1학기에는 봄 작물, 2학기에는 가을 작물을 키운다. 조민형 신월초 명예교사는 “아이들과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과정을 함께 관찰할 수 있어 행복하다. 아이들이 학교 텃밭에서 배운 대로 평생 작은 식물도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10일 오전 공주 신월초에서 아이들과 학교 텃밭을 만들면서 활짝 웃고 있다. 충남교육청 제공
신월초는 교실과 복도에 손바닥 정원을 만들고 원예작물을 기르는 초록에너지학교이기도 하다. 6학년은 낡은 파이프와 버려진 페트병을 이용한 스마트팜을 가꾼다. 파이프에 수도꼭지 같은 짧은 관을 연결하고 원예작물을 심은 페트병을 꽂은 뒤 파이프에 물을 흘려보내 보기 좋은 실내 정원을 만들었다. 5학년들은 지난달 일회용 투명 플라스틱 컵에 연자를 키웠다. 딱딱한 껍질을 사포로 문질러 구멍을 내고 물 담은 컵에 담갔더니 열흘 만에 싹을 틔웠다. 김진호(12·5학년)군은 “껍질에 구멍을 내라고 하셔서 걱정했는데 그 구멍으로 싹이 나왔다. 식물마다 싹틔우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5학년들은 지금 바질을 키운다. 4학년들은 완두콩을 키운다. 1~3학년들은 고학년들과 의형제·의자매를 맺고 작물 기르는 방법 등을 익힌다.
학교 텃밭 담당인 강한별 교사는 “쉬는 시간이면 텃밭에 나와 작물과 대화하는 아이도 있고 주말에는 부모님과 함께 물통을 들고 텃밭을 찾는 아이도 있다”며 “초록 감성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하는 에너지”라고 귀띔했다.
“요즘 아이들은 간편식과 컴퓨터, 모바일 게임에 익숙하죠. 생태환경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자연조건을 생각하게 하고, 기다리는 훈련과 생명을 관찰하는 체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김지철 교육감의 바람이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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