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변경 반대”…“정치권의 무책임한 문제제기 도움안돼”
광주 옛 도심의 ‘지하 건물, 지상 녹지’를 배치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의 친환경적 설계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광주와이엠시에이 등 광주지역 시민단체 19곳은 27일 옛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에서 제기한 문화전당의 설계변경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밝혔다.
이들은 “거대한 빌딩만이 랜드마크일 수 없다”며 “옛 전남도청과 분수대 광장 등 5월의 역사적 사실, 풍부한 녹지 그 자체가 광주의 랜드마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당선작인 재미건축가 우규승씨의 ‘빛의 숲’이 인권도시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잘 표현해주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반영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지하전당, 녹색지붕, 지상공원, 물순환, 지열활용 등 장점에 눈감은 채 정치적 이해관계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이어 “정치권에서 시작된 설계변경 요구가 최근에는 왜곡된 여론몰이와 관제시위로 번지고 있다”며 “대안없이 무책임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당선작을 부정하는 태도는 사업추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도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당선작은 국제건축가협회의 인증아래 공모한 33나라 124작품을 엄정하게 심사해 뽑은 기념비적 조형물”이라며 “광주시장의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은 사업추진의 차질과 지역분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광주시 5개 구의회 의장단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문화전당 건물의 절반 이상이 지하 10~2에 배치되면 광주의 상징물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설계를 변경해 건축물을 지상으로 올리고 세계적으로 독특한 조형미와 아름다운 외관을 갖춘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이 말하는 세계적 건축물이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퐁피두센터,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등이다.
광주시 동구주민자치위원회는 26일 주민 1천여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고 “당선작이 국내외 다른 건축물과는 달리 조형미가 떨어지고 상징성이 부족하다”며 설계변경을 촉구했으나 관제시위라는 뒷말을 낳았다.
이런 논란은 지난 13일 박광태 광주시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전당이 광주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이자 랜드마크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며 “금은 보화를 가진들 땅 속에 있으면 누가 알겠느냐”는 발언으로 촉발됐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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