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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눈물 영글어 시가 되었네

등록 2006-01-02 18:25수정 2006-01-02 18:27

목포장애인복지관 ‘글짓기교실’ 수강생 16명 마음속 아픔 토해 ‘사랑스런 나의 왼발’ 출간
‘여덟살 때 넘어져 발목을 크게 다쳤다./ 두어 달을 엉덩이로 기어 다녔다./ 한쪽 엉덩이가 헐어/

지금은 짝궁둥이가 되었다./중략/사랑하는 사람은/죽는 날까지 내 발목에 항상 털목도리를 감아 주었다.’

전남 목포시에 사는 장애인 김서운(50·여)씨가 태어나서 처음 쓴 시다. 김씨는 두 발을 사용하지 못해 휠체어에 의존하는 중증 장애인으로 2004년 3월부터 목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운 뒤 처음 시를 지었다. 김씨는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 시라는 말만 믿고 얼떨결에 썼다”고 말했다.

목포장애인종합복지관 글짓기 교실 수강생 16명은 최근 <너무나 사랑스런 나의 왼발>이라는 시집을 냈다.

김씨 등은 지난 2004년 10월부터 목포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개설한 ‘글짓기 교실’에 참여한 수강생들이다. 이 강좌는 무안 월선리 예술인촌에 사는 김대호(35·성화대 겸임교수)씨가 강사로 자원하면서 개설됐다. 이들은 1년 2개월동안 강의를 들으며 적은 시 가운데 110편을 고르고, 산문 3편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지난달 27일 목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출판 기념회장은 ‘눈물바다’였다. 아마추어 시인 16명이 마음의 상처를 담은 시 1편씩을 직접 낭독하자, 축하객들이 하나 둘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뇌성마비 장애로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윤용민(44)씨가 ‘10년후의 딸에게’라는 시를 딸 나미(4) 앞에서 읽어 큰 감동을 줬다.

하지만 시집을 내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수강생들은 처음엔 자기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기 꺼려해 수업이 겉돌았다. 흥미를 느끼지 못한 수강생들이 중도에 포기했다. 김 교수는 민족문학작가회의 박관서 시인의 조언을 듣고 강좌 개설 4개월 째부터 일부러 강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 시를 그냥 ‘마음 속에 있는 것 드러내 표현하기’로 단순화했다. 김 교수는 “자연스레 수강생들의 사연을 듣게 됐고, 이 이야기가 하나 둘 쌓여 시가 됐다”고 말했다.

‘서른 아홉 살’이라는 시를 쓴 박본순(45·여)씨는 “글 공부였다기 보다 가슴 속 상처를 드러내 함께 치유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1999년 뇌출혈로 오른쪽이 마비됐던 박씨는 2001년께부터 왼손에 연필을 쥐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한 뒤, 글짓기 교실을 통해 새 희망을 발견했다. 박씨는 “이번 시집 발간을 계기로 ‘목포장애인문학회’를 창립했다”며 “내년엔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목소리를 담아 시집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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