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위한 건축불허는 행정기관 재량”
대법원이 무등산 자락의 개발행위를 허가하지 않은 행정기관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개발 압력에 시달리는 도심권의 녹지를 보존하고, 부근 조망·경관·통행에 끼치는 악영향을 줄이려는 공익활동에 힘을 보태줄 전망이다.
표고 100m인 잣고개 들머리에 건축 추진= 광주지역 한 건설업체는 2000년부터 무등산 자락 잣고개 들머리에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짓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사업터는 광주시 동구 산수동 3 일대 터 2400여평으로 일반주거지역이 60%, 보전녹지지역이 40%이다. 해발은 98~104m로 토지형질변경을 하려면 구 도시계획위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 업체는 2003년 4월 지상 7층 지하 2층 오피스텔과 지상 4층 지하 2층 의원 등 연건평 4717평 규모로 건물 2동을 짓겠다며 광주시 동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광주시 동구청은 같은해 7월 토지형질변경을 허용하면 인근에 개발행위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산수동~잣고개를 잇는 2차로 도로에 160m 가량이 붙어있어 대체도로를 요구했으나 보완되지 않았다며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공익적 판단이 승소= 건축허가가 반려되자 업체는 같은해 8월 행정소송을 냈다. 소송은 1년 5개월을 끌었다. 동구청은 1·2심에서 패소했다 3심에서 승소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2심 재판부는 “건축터 대부분이 빈터여서 보전의 필요성이 많아 보이지 않고 절반 이상이 주거지역이어서 환경·경관·조망·통행을 저해할 우려가 크지 않다”며 “대체도로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만으로 허가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고검이 동구청에 상고를 제기하라는 통보를 해 3심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이 건물이 주변의 환경·경관에 조화를 이룬다고 할 수 없고, 교통체증이나 교통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공익적 판단으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행위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어 “도시 안에서 토지의 형질변경을 수반하는 건축허가는 행정기관의 재량행위”라며 “동구청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판결이 끼칠 영향은=이 업체는 오는 9~10일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한 데 불복해 상고할 예정이다. 또 상고심에서 다시 패소해도 사업내용을 바꿔 건축허가를 다시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업체 쪽은 “인근에 신양파크호텔·무등파크호텔·무등파크빌라 등이 들어서 있는데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사업비로 이미 150억원이 들어간 만큼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공익을 위해 업체만 손해와 부담을 떠맡는 것은 부당하다며 판결에 마뜩찮은 반응이다. 반면 행정기관은 무등산 자락의 막개발을 막기 위해 공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가 넓어졌다며 반겼다. 동구청 쪽은 “녹지보전과 막개발 방지에 무게를 둔 사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판례”라며 “토지형질변경이나 건축허가를 해주는데 행정기관의 의지가 한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대법원은 이어 “도시 안에서 토지의 형질변경을 수반하는 건축허가는 행정기관의 재량행위”라며 “동구청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판결이 끼칠 영향은=이 업체는 오는 9~10일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한 데 불복해 상고할 예정이다. 또 상고심에서 다시 패소해도 사업내용을 바꿔 건축허가를 다시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업체 쪽은 “인근에 신양파크호텔·무등파크호텔·무등파크빌라 등이 들어서 있는데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사업비로 이미 150억원이 들어간 만큼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공익을 위해 업체만 손해와 부담을 떠맡는 것은 부당하다며 판결에 마뜩찮은 반응이다. 반면 행정기관은 무등산 자락의 막개발을 막기 위해 공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가 넓어졌다며 반겼다. 동구청 쪽은 “녹지보전과 막개발 방지에 무게를 둔 사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판례”라며 “토지형질변경이나 건축허가를 해주는데 행정기관의 의지가 한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