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망월동 시립묘지 “13억 체납…어쩔 수 없어”
“죽어서도 세금은 피할 수 없다더니…”
설 연휴에 광주시 망월동 시립묘지를 찾은 성묘객들은 묘비석 옆면에 큼지막하게 붙은 관리비 독촉장을 보고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다. 규격이 높이 63㎝ 가로 22㎝ 두께 12㎝인 비석의 왼쪽 옆면에 가로 16㎝ 세로 11㎝ 짜리 볼썽스러운 네모 딱지가 보기 흉하게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란 바탕에 붉은 글씨로 쓴 ‘관리비 납부 안내’라는 선명한 제목글씨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시민 최아무개(42)씨는 “관리비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비석마다 샛노란 체납딱지를 붙인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돌아가신 아버지와 성묘나선 아이들에게 민망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들도 “체납딱지를 붙일 데가 따로 있지. 하필 묘비에 붙여야 했느냐”며 “상식이 없는 행동에 기분이 몹시 상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관리사무소에는 28~30일 연휴 사흘내내 수백통의 항의성 전화가 걸려와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다.
위탁관리를 맡은 무등묘원 쪽은 “관리비 재정이 바닥나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며 “오죽 했으면 이런 고육책을 썼겠느냐”고 호소했다.
무등묘원은 설을 일주일 앞두고 시립묘지의 무덤 3만6410기 가운데 2만1천여기에 관리비 납부 안내장을 붙였다. 조례로 5년 관리비를 1999년 3만원, 2004년 5만원으로 결정했지만 제대로 거둬지지 않은 탓이다. 관리비 납부율은 3만원으로 책정했을 때 68%(2만4천709기), 5만원으로 인상한 뒤 43%(1만5천757기)에 그쳤다. 체납액만 13억8천여만원에 이르렀다.
무등묘원 쪽은 “해마다 2차례 안내문과 지로용지를 보내고 명절이면 묘지 주변에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한해 벌초 3~4차례, 잡초 제거, 묘역 청소를 하느라 적지 않은 관리비가 들어가는 만큼 의무를 먼저 이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시비를 계기로 31일까지 성묘객 가운데 900명이 밀린 관리비 3만원을, 460명이 밀린 관리비 5만원을 무등묘원에 내기도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이런 시비를 계기로 31일까지 성묘객 가운데 900명이 밀린 관리비 3만원을, 460명이 밀린 관리비 5만원을 무등묘원에 내기도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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