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 노동자 합동추모제가 열렸는데, 한 참가자가 올해 산재로 숨진 노동자의 영정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납기일을 맞추려고 18시간 연속 근무하던 30대 이주노동자가 압축기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찜통 더위 속에서 일하던 50대 운전기사는 1200㎏ 짜리 목재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수도권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경기도 화성서부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5일 새벽 3시30분께 화성시 팔탄면 한 플라스틱 제품 제조공장에서 이주노동자 ㄱ(33·스리랑카 국적)씨가 금형 틀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사고는 ㄱ씨가 플라스틱을 찍어내는 금형 안에 있는 명판을 교체하던 작업을 하던 중 틀이 갑자기 닫히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형은 가로·세로 60㎝, 높이 80㎝ 크기다.
당시 ㄱ씨 등은 사고 전날 오전 9시께부터 18시간이 넘도록 연속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휴식 없이 일하다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ㄱ씨는 이날 다른 이주노동자 2명과 함께 작업했으며, 내국인 관리자는 전날 밤 11시께 퇴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금형 내 유압 가스가 일부 남아 있는 상태에서 ㄱ씨가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해 공장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은 제품에 불량이 생겨 납품 기일을 맞추기 어려워지자 밤늦게까지 잔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3일 오후 3시께 인천시 서구 한 목재 공장에서는 50대 화물차 운전기사 ㄴ씨가 1200㎏의 목재 묶음에 깔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ㄴ씨는 지게차로 목재 묶음 2개를 25t 화물차에 옮겨 싣는 과정에서 목재가 떨어지면서 그 아래 깔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ㄴ씨의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지게차 운전기사(40대) 등을 조사 중이다.
이 밖에도 지난 22일 오전 11시45분에는 경기도 양주시 덕계동의 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추락한 철근에 맞은 50대 노동자 ㄷ씨가 사흘 만에 숨졌다. ㄷ씨는 사고 뒤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25일 끝내 숨졌다. ㄷ씨는 현장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약 20층 높이에서 떨어진 2m짜리 철근에 머리를 맞았다. ㄷ씨는 안전모를 착용한 상태였다. 신축 건물 20층에는 철망으로 된 낙하 방지 시설이 있었지만, 이음새에 틈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공사장 관리감독 책임자 등을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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