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을 열흘 앞둔 2019년 9월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노들섬 모습. 김정효 기자
서울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조성된 용산구 이촌동 한강 노들섬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여년 전 노들섬에 대규모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계획을 세웠지만 백지화됐고, 박 전 시장 시절 현재의 소규모 복합문화시설로 조성됐다. 이번 감사가 오 시장의 ‘박원순 지우기’ 작업의 일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시 ‘노들섬 감사계획 자료’를 보면,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23일부터 20일 동안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조성 △운영 실태 △운영자 선정 과정 등을 감사할 계획이다. 조성 단계부터 현재 운영 상황까지 노들섬 사업의 모든 내용을 들여다보는 감사다.
이번 감사는 최근 서울시 평가담당관실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관련 보고를 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계열 감사담당관은 “노들섬 사업은 부진 사업이었는데, 같은 위탁운영 업체와 재계약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보고가 이뤄졌다”며 “이에 따라 감사 일정이 잡혔고 각 부서에 감사 계획도 통보했다”고 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18일 각 부서에 감사 계획을 통보하고 노들섬 조성 전반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노들섬 운영 위탁 업체에도 지난 3년 동안 노들섬 운영에 대한 모든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번 감사에 박 전 시장과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오 시장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 시장은 시장 재직 시절인 2010년 한강 르네상스 사업 중 하나로 노들섬에 대규모 오페라하우스를 만드는 한강예술섬 사업을 계획했다. 6735억원을 들여 1900석 규모 심포니홀과 1500석 규모 오페라극장을 짓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교통 문제 등으로 관련 예산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이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무산에 따라 오 시장이 물러나면서 한강예술섬 사업은 백지화됐다.
옛 한강예술섬 사업 상상도(왼쪽)와 심포니홀 모습.
그 뒤 박원순 전 시장은 시민 공모를 거쳐 노들섬에 현재와 같은 소규모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했다. 노들섬에는 콘서트홀과 리허설 스튜디오, 음악 라운지, 서점, 식물 관련 공방, 전시장 등이 들어섰다.
시 안팎에선 이번 감사를 두고 전임 시장 시절 사업들을 ‘현미경 검증’하는 과정의 하나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들섬 지역구(용산)인 노식래 서울시의원은 “오 시장이 노들섬에 새로운 것을 한다고 들었다. 박 전 시장 시절 핵심 사업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시 한 간부는 “요즘 오 시장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서울의 경쟁력이 하락해 충격이 컸다’고 말하는데, 그 바탕에는 자신이 추진했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나 노들섬 사업 등이 지난 10년간 망가졌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노들섬에 문제 제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의 눈으로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전임 시장 사업이라고 특별히 더 살펴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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