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시의회 기자실에서 동부권역 마을배움터 ‘숨’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서울시의 예산 삭감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2022년도 시 예산안 삭감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을배움터의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섰다.
16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지우(18)씨는 울먹이며 “시장님, 청소년들의 희망마저 훔쳐가려는 건가요? 서명 몇번으로 예산 70%를 손쉽게 깎는다고 흔들릴 만큼 우리 청소년들이 그렇게 하찮은 존재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김씨 등 청소년들이 이날 시의회를 찾은 건 오 시장이 전임 시장 시절 중점 추진된 사업들을 예산 삭감 대상으로 삼은 데 따른 것이다. 김씨가 이용하던 동부권역 청소년 마을배움터 ‘숨’도 그중 하나다. ‘숨’ 운영 예산은 요청액(5억4389만원) 대비 62%가 삭감된 2억475만원만 반영됐다. 특히 인건비는 기존 6명분에서 2명분으로, 70%가량 깎였다. 시 예산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담당 교사 4명은 자리를 잃게 돼 사실상 배움터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문성희 ‘숨’ 팀장은 “예산이 왜 삭감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알 수 없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이번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숨’ 이용 청소년과 청년, 활동가 953명의 서명을 받아 이날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 시 지역공동체과 관계자는 “마을배움터 사업이 다른 청소년 지원 센터와 중복돼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 시장 시정질의가 진행된 시의회 앞에선 서울시마을법인협의회·서울시민사회네트워크 등이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서울시 표적 감사 반대’ 기자회견을, 서울시노동센터협의회가 ‘센터 예산 삭감 반대’ 기자회견을 각각 열었다.
글·사진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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