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6대 국왕인 인조의 아버지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 사이로 ‘왕릉뷰 아파트’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이정하 기자
문화재보호구역 내 아파트 단지를 지어 논란이 휩싸인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 인허가 관청인 인천 서구가 뒤늦게 법과 절차를 지켰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검단새도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불안해하며 항의하자 논란이 불거진 이후 석달여 만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인천 서구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재청의 김포장릉 앞 검단새도시 아파트 공사 중지 명령과 관련해 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구는 “해당 아파트가 ‘무허가'라는 표현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이미 허가가 완료된 사안에 대해 2017년 ‘강화된 고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014년 8월 당시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가 ‘현상변경 등 허가’를 완료했고, 이를 적법하게 승계받은 건설사가 아파트 건축을 진행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구는 또 “문화재보호법 제81조 제1항 현상변경 등 허가는 ‘대물적 허가’로서 승계 가능한 것이고 법 제81조도 같은 취지에서 ‘권리·의무의 승계’를 규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지난 2017년 1월 개정된 문화재청 고시 2017-11호의 강화된 규제 내용을 적용해 다시 허가받게 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와 소급효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2014년 현상변경 허가 당시 지구단위계획도. 인천 서구 제공
구 관계자는 “불안과 걱정에 떨고 있는 입주예정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김포장릉의 문화재로서 가치 보호를 존중하기 위한 다각적 방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8월 “해당 건설사와 서구청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2017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건물 7층가량) 이상의 아파트를 지으려면 개별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들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는 곳은 직선거리로 약 400m 인근에 김포장릉이 있다.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로 불리는 아파트 3개 단지 전체 49개 동(3400여가구) 가운데 19개 동(1400여가구)이 문화재보호법 적용을 받는 거리에 지어졌다. 해당 아파트는 이미 최고층 20~25층 높이까지 골조공사를 마친 상태다. 해당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